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죽음과 세금’. 위트 넘치는 표현으로 유명한 소설가 마크트웨인이 한 말입니다. 우리에겐 허클베리핀의 모험 등 소설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세금은 죽어서도 따라붙습니다. 상속세 등으로 자식들에게까지 골머리를 앓게 하니까요. 상속세 때문에 파산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대한민국 세금, 적지 않습니다. 연봉 5000만원의 직장인이 있다고 칩시다. 기본으로 다달이 떼가는 것은 소득세와 지방소득세, 4대 보험료입니다.
소득세는 누진제입니다. 연봉이 높을수록 ‘당연히’ 국가가 많이 가져갑니다. 지방소득세는 소득세의 10%입니다. 이것도 소득이 오르면 덩달아 오릅니다. 여기에 세금은 아니지만, 준조세 성격을 가진 4대 보험도 세금 노릇을 충분히 합니다.
먼저 소득세. 연봉 5000만원의 월급여는 12달로 나누면 약 416만원이 나옵니다. 연봉 5000만원의 과표구간은 24%입니다. 그런데 연봉에 24%를 곱하지는 않습니다. 1200만원 이하 과표는 6%입니다.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는 15%, 46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는 24%입니다.
소득세는 과표 구간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연봉 5000만원의 소득세를 계산하면 678만원이 나옵니다. 첫 구간인 1200만원x6%=72만원. 두번째 구간에서는 (4600만원-1200만원)x15%= 510만원, 세번째 구간은 (5000만원-4600만원)x24%=96만원. 전체 소득세는 이를 모두 합친 금액이 되는 겁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지방소득세는 소득세의 10%입니다. 67만8000원이 되겠네요.여기에 4대 보험료도 있습니다. 근로자 부담비율은 직군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건강보험은 약 3.545%, 국민연금 4.5%, 고용보험 0.9%, 요양보험(건강보험의 12.95%), 산재보험(근로자부담 경우 평균 1% 내외) 등을 더해야 합니다. 4대보험료만 대략 40만원이네요.
직종과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순하게 계산하면 1292만원 정도 됩니다. 물론 연말 정산시 부양가족, 의료비, 신용카드공제 등을 통해 돌려받는 부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략 연봉 5000만원 근로자는 1년에 1000만원, 즉 버는 돈의 20% 가량은 국가가 걷어간다고 보면 됩니다. 100원 벌면 20원을 떼가는 겁니다.
뿐만 아니죠.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물건을 살 때는 이미 포함된 부가가치세(10%)를 내고, 차량에 기름이라도 넣으면 유류세 명목으로 녹아있는 세금 등 간접세까지 감안하면 ‘움직이면 세금’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닙니다.
세금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검찰의 특수활동비’ 때문입니다. 특수활동비(특활비)의 사전적 의미는 기밀을 요구하는 국정활동에 사용되는 비용입니다.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수집, 수사, 안보 등 부서에 지급됩니다. 일반 예산은 사용처와 목적 등이 명확해야 합니다. 그러나 특활비는 영수증 등 증빙서류가 없어도 무방하고, 대외적으로 공개할 필요도 없습니다.
‘꼬리표 없는 돈’인 셈입니다. 돈에 꼬리가 없으니, 어디에 쓰든 무슨 짓을 해도 알 수 없습니다.
특활비는 대통령실, 국가정보원, 검찰청, 경찰청, 국방부, 국회, 대법원, 각 정부부처에 배정됩니다.
정부는 내년도(2025년) 예산안에서 특활비 명목 지급 예산(특활비+정보보안비)을 전년 대비 5% 증가한 2792억1000만원으로 책정해 국회 심의를 요구했습니다.
이 가운데 검찰 특활비 명목 지급액(특활비+특정업무경비)은 587억원입니다. 특정업무경비는 수사활동 등에 쓰이는 영수증 없어도 되는 돈입니다.
그런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1일 검찰에서 사용하는 특활비(80억900만원)과 특수업무경비(506억원)를 전액 삭감했습니다. 예산안이 국회 뜻대로 확정된다면 내년 검찰 특활비 명목 예산은 한 푼도 없는 겁니다. 법무부 검찰과장이 사표를 내는 등 반발이 큽니다.
하지만 반발에 앞서 되짚어 볼 부분도 있습니다. 뉴스타파 등 ‘검찰예산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검찰은 특활비를 검찰총장의 쌈짓돈처럼 쓰거나, 용도가 불분명하고, 특활비 장부도 폐기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습니다.
국민이 내는 세금은 ‘피 같은 돈’입니다. 국민이나 기업이 특활비를 저렇게 운영했다면 검찰은 득달같이 수사에 착수해 ‘피눈물’ 나게 했을 겁니다. 물론 수사기관의 특활비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투명해야 합니다. 세금은 아귀처럼 뜯어가는데, 정작 피 같은 국민의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른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오승주 공동체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