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표도 몰랐다…대통령실도 '우왕좌왕'

국무위원 반발에도 긴급 회견 '강행'…외교도 차질 불가피

입력 : 2024-12-04 오후 5:18:23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해제와 관련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사상 초유의 '친위 쿠데타'가 실패로 막을 내린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고질적인 '독단'과 '소통 부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국가 중대사인 비상계엄에 대해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참모진들은 물론 집권여당 수장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대통령실은 그간 민주당이 제기한 '계엄령 의혹'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부인해왔는데요. 막상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대통령실마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무위원 다수 '반대'…용산 고위 관계자도 "모른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직전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실로 오라는 연락이 전달됐습니다. 전체 국무위원 19명 중 절반가량만 대통령실에 도착해 오후 9시께 국무회의가 열렸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계엄 선포안이 심의된다는 것 자체를 몰랐고, 현장에 도착해서야 심의 사실을 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현장에서 국방부는 김용현 장관이 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계엄법상 국방부 장관이 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해야 하는데요. 한 총리는 이러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던 겁니다.
 
특히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다수가 국무회의에서 계엄 선포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긴급 회견을 강행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실은 긴급 회견 중계를 위해 방송사에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소식을 알렸습니다. 이때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회견 내용을 묻는 언론에 "아니다 갑자기 왜 그러냐"라며 반문하는 등 우왕좌왕하기도 했습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 참석 직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해 뒤늦게 간부들과 비상회의를 열었다가, 오전 2시30분께 퇴청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즉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의 동의 없이 김 장관을 비롯한 2~3명의 참모진과 함께 독단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셈입니다. 
 
국정 운영의 동반자인 집권여당의 당대표와 원내대표 역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낌새조차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 폐쇄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당의 '투톱'은 서로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긴급 기자회견 직후 "국민의힘은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습니다. 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한(친한동훈)계는 국회로 이동했고,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여했습니다. 표결에는 190명의 의원이 참여했는데, 친한계 표결 참여로 야당 주도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저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밝히며 비상 의원총회를 개최했습니다. 하지만 추 원내대표는 국회가 폐쇄됐다며 의원들에게 당사로 모이라고 전파했습니다. 그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직전에도 당 의원들에게 당사에서 의원총회를 연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때문에 국민의힘 대다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했습니다. 이를 놓고 친한계에서는 추 원내대표가 의도적으로 의원들의 표결을 막은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로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 가운데 긴급 소집된 회의를 마친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및 국무위원들과 국무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실 참모진 '일괄 사의'…정부 '셧다운'
 
대통령실도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날 오전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실장, 수석 일괄 사의 표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정진석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결정됐습니다.
 
다만 사의 표명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불과 6시간 만에 해제된 비상계엄의 여파로 윤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완전히 상실된 데다 국회에서는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습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대통령실이 추가 인사를 내는 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한 총리는 '내각 총사퇴'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과는 별개로 내각이 총사퇴 할 경우 정부가 '셧다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대통령실 참모진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이 예상됩니다.
 
윤 대통령도 운신의 폭이 좁아졌습니다. 이날 예정된 마약류 대응상황 점검회의 등이 순연됐는데요. 외교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했습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5~7일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는데 계엄 해제 상황 등을 고려해 방한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1월 초 방한할 것으로 예정됐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방한에 대해)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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