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자꾸 사전을 찾아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지난 주 '비상계엄'에 이어 오늘은 '민주주의'를 찾아봤는데요. 나무위키에서 찾아본 민주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이러합니다.
"민주주의는 한 국가의 주권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국가에 속한 모든 국민에게 있음을 확인하고, 국민의 권력을 기반으로 현실 정치를 구현하는 사상 또는 체제이다."
7일 밤 국민 대다수는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 무리수에 야당을 중심으로 탄핵 소추안이 발의됐지만, 결국 탄핵이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한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의민주주의 아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여당 의원들 대부분은 민의를 대표하기를 거부하며 대다수 국민들이 품고 있는 세계관의 기초를 무참히 부숴버렸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여당 의원들이 아예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버렸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탄핵소추안은 표결에도 이르지 못한 채 폐기됐습니다. 찬반을 떠나 표결에 참여한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일단 국민들의 머릿속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의미 있게 새기게 됐습니다. 물론 자리를 떠난 의원들의 이름들도 다른 의미로 국민의 뇌리 속에 깊이 박힐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표결 불참에 따른 의결정족수(200명) 미달로 '투표 불성립'됐다. (사진=뉴시스)
'질서 있는 퇴진', '사실상 직무배제'는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당장' 직무를 내려놓기를 원합니다. 그 전까지는 매일 밤 불안 속에 잠을 설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부디 자멸의 길로 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합리적 보수 정당을 기다리는 국민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상식적인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국민의힘의 이번 선택은 경제와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정당으로서의 가치마저 뿌리채 흔들리게 한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트라우마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나, 이번은 군부대를 움직인, 완전히 다른 차원의 사안입니다. 이 점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이번 오판은 향후 당뿐만 아니라 의원 개개인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길 것입니다.
무엇보다 변화한 IT·미디어 환경을 직시해야 합니다. 국민이 믿던 세계가 국민의 믿음을 배신하고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신호가 실시간으로 감지되고 잇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전 세계가 그 증인 역할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12월3일 계엄 발동 당시 네이버 뉴스 트래픽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7일 밤 탄핵안 표결 과정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에서도 생방송으로 보도될 정도였습니다.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름 석자도 모를 만큼 뉴스에 전혀 관심 없던 사람들마저 이번 사태 이후 각 당 원내 대표, 여당의 탄핵 투표 참여 의원들의 이름을 줄줄이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시간차가 있을지언정 대한민국 국민들은 결국 대의민주주의가 작동하도록 만들어갈 것입니다. 부디 더 늦기 전 국민의힘이 당의 이름에 걸맞은 행동에 나서기를 촉구합니다.
'빨리 탄핵'이 대다수 국민의 마음이다. (사진=뉴시스)
그간 당 이름에 걸맞지 않았던 것은 사실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우리 각자가 우리와 다르게 보이거나 생각하는 사람에게 일정 수준의 관용을 보여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짚었습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 길을 가야 합니다. 사실상 친위 쿠데타가 벌어졌고 탄핵이 당연한 수순임에도 이를 설득해내지 못한 것에 대해, 민주당도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합리적인 의견임에도 설득에 실패했다는 것은 그 의견을 말하는 이들의 신뢰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민주주의는 한 국가의 주권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국가에 속한 모든 국민에게 있음을 확인하고, 국민의 권력을 기반으로 현실 정치를 구현하는 사상 또는 체제이다."라는 민주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국힘 외에 민주당 역시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은 일상의 안정일 것입니다. 현재 그 필수조건은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자리에서 내려오는 일입니다. 이 명확한 전제조건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는 존재할 의미가 없습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