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이명신 인턴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으로 배터리 업계가 불황에 빠지면서 국내 배터리 부품사와 협력사들이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고 공급사를 다변화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곧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매긴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업계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부품사들이 투자 규모를 잇달아 축소하고 있습니다. 양극재 업체 에코프로비엠은 국내 양극활물질 생산공장 캠(CAM)9 신규 공장 증설 기간을 조정하는 등 생산설비 투자 규모를 연초 정한 1조5000억원에서 1조원대로 줄였습니다.
음극재 주요 생산 업체 포스코퓨처엠 역시 중국 화유코발트사와 1조2000억원가량을 투자해 포항에 지으려던 전구체 합작공장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LG화학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때 설비투자 규모를 4조원대에서 2조원대 중반으로 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 때문으로 보이나 신사업인 배터리 소재 업계의 불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수위원회가 7500달러의 소비자 세액 공제를 축소하는 대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와 배터리 소재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완성된 제품을 배터리 제조사에 판매하는 양극재 업체 특성상 IRA 조정에 따른 영향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배터리 협력사는 고객사를 늘려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2차전지 제조 장비 기업 엠플러스는 SK온의 주력 협력사였으나 LG에너지솔루션과도 납품을 추진하는 중입니다.
배터리 부품사가 투자 규모 축소를 추진한 건 SK온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까지 비상경영에 돌입할 만큼 업계 불황이 큰 탓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투자·비용 구조를 재검토하고 임원 해외 출장 시 8시간 미만 거리는 이코노미석에 탑승하는 등 고강도 비용 절감에 나섰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다들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려 노력하는 상황”이라며 “대내외 요건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명신 인턴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