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 장기화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올해 국내 배터리 업계가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간 양적 성장에만 주력한 배터리 업계는 질적 성장·기술력 확보·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2024년 지난해 11월1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공화당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1∼11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785.6GWh로, 전년 동기 대비 26.4% 성장했습니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51.1%였던 점을 감안하면 전기차 캐즘으로 인해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한 모습입니다.
캐즘 여파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 치명적이었습니다. 작년 1~11월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대비 6.9% 증가했습니다. SK온은 11.8%, 삼성SDI는 0.1%의 성장률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중국 닝더스다이(CATL)·비야디(BYD) 등이 각 28.6%, 35.9%씩 성장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20% 아래로 내려가며 전년 동기 대비 3.7%포인트 하락한 19.8%에 그쳤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도 악재로 꼽힙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정책 변화에 따라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 축소 등이 실행될 경우,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습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IRA 정책 무력화 가능성이 높아지며 전동화 전환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라고 했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캐즘과 트럼프 2기 불확실성 대응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들은 질적성장, 기술력 확보,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각기 다른 생존 전략을 펼칠 계획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질적성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추진할 4가지 핵심 과제로는 연구개발(R&D) 경쟁력 제고, 제품 품질 경쟁 우위 확보, 구조적 원가 경쟁력 강화, 미래 기술사업 모델 혁신 등을 꼽았습니다.
삼성SDI는 기본인 기술력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올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국제정세 불안 지속 등으로 경영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래 기술력 확보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 기술이 희망이다"라며 기술력 확보를 강조 했습니다.
SK온도 전기차 시장 성장세의 회복 등 외부 환경 변화를 기다리기보다는 내부 역량 강화에 더욱 집중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운영개선을 통한 경쟁력 있는 원가 구조 구축, 자강을 위한 협업과 성장 등 3가지를 강조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