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메리츠금융지주(138040)와
현대차증권(001500)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주주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공시의 모범을 보여주며 승승장구하는 한편 현대차증권은 밸류업 공시를 미룬 채 시가총액과 맞먹는 유상증자를 발표,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13일 10만9900원을 찍으면서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지난 한 해 수익률만 75%에 달합니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이 34조6935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6.8%를 기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발표한 밸류업 공시가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평가합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 11월 메리츠화재와 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후 주식을 상장폐지시켰습니다. 중복 상장 논란을 자발적으로 피해가면서 통합 출범한 이래 2024년에만 주가가 75%나 상승했습니다.
반면 현대차증권이 지난 11월 발표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두고 일반 주주들이 지난 8일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일반주주 강 모 씨가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에게 보통주 3012만주의 신주 발행을 금지해달라고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소를 낸 것입니다. 일반 주주들이 소송에 나선 것은 현대차증권이 지난해 발표한 2000억원 주주배정 유증 때문입니다. 주주들은 기업가치 하락과 소통 부재 등을 이유로 유증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과 상반되는 행보라는 평가입니다.
회사 측은 지난해 11월 유증을 발표하면서 기업 성장동력 확보, 상환전환우선주(RCPS), 기업어음(CP)을 상환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미흡을 이유로 보완을 요구하면서 최근에서야 금감원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유증을 통한 자본적정성 지표 개선과 수익 개선 기반에 도움 될 것이라며 회사 신용도에 미칠 영향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차증권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유증은 주가에 악재라는 것이 일반적 인식입니다. 실제로 현대차증권이 유증 소식을 알린 다음날 주가는 13% 급락했습니다. 현재는 공시 전(8800원)보다 35%가량 떨어진 상황입니다.
주가 하락으로 인해 현대차증권이 계획했던 조달금액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주가 수준에 맞춰 주식을 발행하기 때문에 2000억원을 맞추려면 발행 주식을 더 늘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현대차증권은 "최종 발행가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증자 규모에 대해 답변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목표금액에 미달할 경우 자체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유입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단 설 연휴 전에 밸류업 공시를 발표한다는 방침만 밝혔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증은 가지고 있는 자산들의 리스크가 높아져서 자본을 충당하기 위해 유증하는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대부분이고, 회사에 돈이 없는 것을 외부에 공언하는 것과 같다"라면서 "공교롭게 메리츠금융지주는 주식 수를 줄여 주식 가치를 높이고 있고, 현대차증권은 주식 수를 늘려서 가치가 떨어지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