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 손 놓더니…고교 무상교육법은 '거부권'

국무회의서 세 번째 거부권 행사
"한정된 재원…지방교육재정 활용해야"
야 "거부권 대행 될 작정이냐" 비판

입력 : 2025-01-14 오후 3:38:42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는 '모르쇠'로 일관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지난해 말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고교 무상교육법'은 고교 무상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과 함께 분담하는 한시 규정 기한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달 31일 내란·김건희 특검법안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최 대행은 위헌 소지가 있거나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법안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진 가운데, 야권을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나옵니다. 
 
입법권 존중 없이최상목, 또다시 거부권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2회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무상교육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달라는 취지에서 재의를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입법 과정에서 더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며 "국가 비용 분담 3년 연장 및 분담 비율을 순차적으로 감축하는 대안이 제시됐음에도 충분한 논의 없이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은 2019년 고교 무상교육을 시작하면서 이에 필요한 비용의 47.5%를 국가가 5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도록 한 것을 3년간 더 연장하는 특례조항을 담고 있습니다.
 
최 권한대행은 "무상교육에 대한 국비 추가 지원에 대해서 사회 일각에서 이견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정된 재원 여건하에서 국가 전체의 효율적 재정 운용을 위해서는 지방 교육재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부는 지난해보다 3조4000억원 증가한 72조3000억원을 올해 교부할 계획"이라며 "이 재원을 포함해 지방교육재정을 내실 있게 사용한다면 고교 무상교육 경비는 지방에서 부담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어 "국회·정부 국정협의체 출범을 앞두고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게 돼 매우 송구스럽다"며 "국가의 추가적인 재정 투입에 대해 정부와 여야가 함께 다시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상교육 중단 위기 '모르쇠'…21일에도 거부권 행사 방침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법안은 국회로 돌아와 재표결에 부쳐집니다. 재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요. 앞서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31일 내란·김건희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오는 21일에도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단순 교육자료로 지위를 격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최 권한대행이 윤석열씨 체포영장 집행 등 민감한 정치 사안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거부권만 남발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최 권한대행을 두고 중립을 가장한 내란 동조에 나섰다며 '직무 유기'라는 비판도 뒤따릅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고교 무상교육 예산 국비 지원이 종료되면 고등학교 입학금과 수업료, 교과서 대금, 학교운영지원비 등 모든 학생에게 적용되던 무상교육이 중단될지도 모를 처지에 놓이게 된다"며 "거부권 대행으로 실패가 뻔한 정책마저 강행해서 공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면 그 책임까지 고스란히 대행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거부권 대행이라도 될 작정이냐"고 비판했습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민생 지원을 거부하는 것이 권한대행의 역할이냐"며 "국가백년대계 교육까지 망가뜨리며 민생 지원 거부한 최 대행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특례 일몰을 빌미로 예산을 깎고 법안 통과를 가로막더니 이제는 거부권이다. 지금껏 법안을 반대해 온 기재부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지적하며 "국가백년대계인 교육도, 절망에 빠진 민생도 나락으로 떠미는 최 대행의 만행을 국민은 반드시 기억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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