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지대 VC, 임직원 대출 등 법규위반 3년새 14배 증가

자본잠식·임직원 대출…법규위반 55건
IPO 시장 경색에 소형 VC 건전성 하락

입력 : 2025-01-17 오후 3:09:55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는 법규를 위반한 벤처캐피털(VC)에 55건의 행정처분을 내렸습니다. 3년 전과 비교해 약 14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자본잠식, 경영개선요구 미이행, 임직원 대출 등 법규 위반 형태도 다양했는데요.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으며 실적을 내기 어려운 소형 VC의 경영 건전성이 악화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VC 36곳 행정처분 '철퇴'
 
17일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촉진법 위반으로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벤처캐피털(VC)은 총 36곳에 달했습니다. 법규 위반 횟수는 지난 2021년 4회에서 2022년 16회, 2023년 17회, 지난해 55회로 3년 새 약 14배 늘었습니다. 
 
지난해 법규 위반 형태로는 '자본잠식'이 10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제41조 제1항과 제3항에 따라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서면 경영 건전성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데요. 순자산이 자본금의 반보다 적어진 경우를 의미합니다. 자본잠식이 나타난 VC에 중기부 장관이 경영개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특수관계인'에 의한 위반이 9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36조는 VC 임직원이나 관계자, 투자 기업 등에 보유 자산을 매각하거나 VC 재산으로 관계자 또는 관계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어 자본잠식 등의 이유로 중기부에서 경영개선을 요구했지만, 지키지 않아 제재를 받은 사례가 8건으로 많았습니다. 이 밖에도 임직원에게 과도한 대출을 대주거나 VC 등록 후 3년이 지나는 동안 1년 이상 투자가 없어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올해는 한 VC가 법규를 여러 번 위반한 경우가 눈에 띕니다. 엔벤처스는 가장 많은 5건의 법규 위반이 적발됐고, 아시아창업투자와 에프브이인베스트먼트가 각각 3건으로 나타났습니다. 타이거자산운용투자일임, 도원인베스트먼트, 스파크랩파트너스 등 11개 사는 각각 2회 이상의 법규 위반으로 인해 중기부의 행정처분을 받았습니다. 행정처분을 받은 VC는 중기부가 정한 조치 예정일까지 위반 사유를 해소해야 합니다.
 
문제는 행정처분을 받은 VC는 모태펀드 출자 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 출자 사업 공고에 따르면 △시정명령 처분 미이행 △업무정지 처분 이후 업무정지 상태 △제안서 접수 마감일 3년 전부터 경고·시정명령·업무정지 합산 3회 이상 VC는 위탁운용사(GP)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특히 유한책임투자자(LP)로부터 출자를 받기 어려운 소형 VC로서는 모태펀드 출자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면 펀드 구성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아울러 조치 예정일까지 행정처분 사유를 해소하지 않으면 벤처투자회사 등록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촉진법 위반으로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벤처캐피탈(VC)은 총 36곳에 달했다. 법규위반 횟수는 지난 2021년 4회에서 2022년 16회, 2023년 17회, 지난해 55회로 3년 새 약 14배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IPO 얼어붙자 VC도 부진
 
지난해 중기부 수시검사 횟수는 예년과 크게 차이가 없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VC 업계에선 기업공개(IPO) 시장 부진을 중소형 VC들의 법규 위반 사례 증가 원인으로 분석합니다.
 
신규 소형 VC의 경우 IPO 직전 기업에 대한 프로젝트 투자로 실적을 쌓는데요. 하지만 상장 시장이 침체하면서 스타트업들이 IPO를 포기하거나 상장 후에도 성적이 좋지 않자, 소형 VC가 출자 사업에 선보일 성적표가 사라진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IPO 규모는 1875억원으로 전월 6400억원 대비 70.7% 급감했습니다. IPO 건수는 12건으로 전월 17건보다 줄었고, 건당 평균 규모도 156억원으로 전월 376억원 대비 크게 감소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2020년부터 2년간 난립한 소형 VC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VC 업계 관계자는 "VC가 많이 늘어나고 요즘엔 워낙 출자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펀드레이징하는 게 쉽지 않다"며 "투자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회수를 잘해야 하는데 이게 잘 안되다 보니 내부 상황이 안 좋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VC 업계에선 중소형 VC들의 법규위반 사례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원인으로 기업공개(IPO) 시장 부진을 꼽는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IPO 규모는 1875억원으로 전월 6400억원 대비 70.7% 급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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