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금융당국이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을 대상으로 종합자산관리계좌(IMA) 도입을 허용할 예정이어서 1호 사업자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IMA는 고객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함께 지급하는 계좌로, 증권사 입장에선 기존 발행어음보다 유연한 자금 조달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당국 가이드라인 촉각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초대형 IB를 대상으로 IMA 도입을 허용할 예정인 가운데,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중 '1호 IMA 사업자'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예탁금을 운용해 수익을 낸 후 원금에 보태 지급하는 계좌입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원금보장 상품에 주로 투자하는 것과 달리, IMA는 기업대출이나 회사채 등에 투자하며 원금은 증권사의 자체 신용으로 보장합니다.
IMA는 지난 2016년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요건을 충족하는 회사가 없어 유명무실해진 제도인데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자기자본요건을 충족하는 회사가 등장하면서 금융위도 올해 3월까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신용공여 한도, 발행어음, IMA 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금융·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증권사들은 당국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한국투자증권이 더욱 적극적이라고 전합니다. 한투증권은 발행어음을 가장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회사인데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IB에만 허용되는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입니다. 증권사가 고객 예치금을 활용해 투자한다는 점에서 IMA와 비슷합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16조4865억원입니다. 발행어음 발행한도가 자기자본의 2배이므로, 당시 한국투자증권의 8조원대 자기자본에 맞춰 한도를 가득 채워 영업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미래에셋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7조8921억원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업계에선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한도가 없는 IMA에도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계획이 나와도 회사 내부적으로 사업계획을 세워야 해 바로 인가를 신청하는 등의 계획은 아직까지 정하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해도 발행어음 업무처럼 기존에 하던 것들이 있으니 일단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사업 준비가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 역시 "IMA는 아직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3월에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원금 보장·모험자본 투자 동시에
IMA가 허용되면 증권사는 발행어음과 달리 한도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일정 비중(70%)을 기업금융에 배치해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조건만 지킨다면 일반 고객에게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기업에게 대출·투자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험자본에 투자하되 원금을 보장해야 하는 점은 증권사에게 부담 요인입니다. IB업계 관계자는 "해당 자산을 기업금융에 활용해야 하는 것이 골자인데 IMA 계좌로 불어나는 자산을 기업금융 어느 부분에 어떻게 활용할지 역시 관심사"라고 말했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MA는 결국 벤처기업에 투자하라는 취지인데, 벤처가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는 100개 중 한두 개인 것을 감안하면, 벤처에만 투자하라는 것은 상당히 부담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안전장치가 마련될 수 있는지 시행세칙이 나와봐야 증권사도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원금보장 때문에 IMA도 발행어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발행어음의 경우 주식처럼 변동성이 큰 상품을 담지 않고, 원리금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IMA 계좌도 증권사가 우량채 등 안전자산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성과배분형으로 상품이 나오면 성과가 좋아야 자금이 계속 유입될 것"이라며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나 퇴직연금의 경우 확정금리로 나가기 때문에 '원리금보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큰 틀에서 IMA도 다르지 않다.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을 책임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부에선 IMA로 인한 증권사의 건전성 저하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IMA 사업자 자격 획득은)규모의 경제 진전과 수익원·자금조달 구조 다각화 등에서 좋은 일이면서 또 다른 관점에서는 위험 투자·차입금 증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실질적 자본 확충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 투자·차입금이 대폭 증가하면 종합적인 재무 안정성은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3월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8조원을 넘었을 당시 "실질적인 현금 유입이 아닌 계열사 간 자본거래에 따른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