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내란 특검법'(윤석열 정부의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또다시 폐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야 합의 부재'를 근거로 7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영향인데요. 내란 특검법에 대한 이탈표가 계속해서 줄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당 내 유의미한 이탈표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상목 '7번째' 거부권…안철수만 '반대표'
최 권한대행은 31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그가 권한대행을 맡은 뒤 거부권을 행사한 횟수는 총 7회로, 역대 권한대행 중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 셈입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내란 특검법은 이전에 정부로 이송되어 왔던 특검 법안에 비해 일부 위헌적인 요소가 보완됐다"면서도 "이전 특검 법안과 동일하게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삼권분립의 예외적 제도인 특별검사 도입이 우리가 그간 지켜내 온 '헌법 질서'와 '국익'이라는 큰 틀에 비추어 현시점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 국무위원들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숙고를 거듭했다"며 "검찰이 이미 내란 기수 혐의로 기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 조치로 얻을 수 있는 실익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함께 균형 있게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2월 3일부터 2월 임시회를 열고 교섭단체 연설과 대정부 질문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다만 여야가 최소한의 의사일정에만 합의해 내란 특검법 재표결을 위한 본회의 개최 시기는 미지수입니다.
그런데 내란 특검법의 표결 흐름을 보면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중론입니다. 내란 특검법 1차 재표결(2월 8일) 당시 찬성 198표 반대 101표로 부결됐습니다. 내란 특검법을 공동 발의한 야 6당이 192명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6표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한 셈입니다.
2차 발의(2월 17일) 당시에는 이탈표가 현저히 줄어든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당시 내란 특검법은 찬성 188표, 반대 86표로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해당 투표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만 여권에서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각 당이 내란 특검법을 각각 발의하고 협상에 나섰지만 세부 조항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영향입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내란 특검법을 고려해 수사 대상을 5가지로 좁혔음에도 이탈표는 발생하지 않은 겁니다.
그간 특검의 필요성을 언급했던 김상욱·조경태 의원도 표결에 불참했고, 윤석열씨 탄핵과 특검에 찬성했던 김예지·한지아 의원 등도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2차 내란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서 이탈표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미 국민의힘은 자체 내란 특검법 발의 당시 소속 의원 108명 중 104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특검을 발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저희가 요구하는 협상안에 대해 거부했던 측면이 있기 때문에, 특검에 찬성했던 의원들도 다른 결정을 하는 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씨에 대한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 역시 내란의 핵심 인물들이 구속된 상황인만큼 여야 합의된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2차 발의 당시 유일하게 투표에 참여한 안 의원 역시 동일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안 의원은 검찰이 윤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특검법의 필요성은 사라졌다는 입장입니다.
1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1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내란ㆍ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 투표 결과가 모니터 화면에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란 특검법 '키' 쥔 민주…탄핵엔 '고심'
결국 내란 특검법에 대한 키는 다시 민주당이 쥐게 됐습니다. 민주당이 가진 카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재발의와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인데요.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최 권한대행이) 당연히 해야 될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합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탄핵'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향후 대응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만 덧붙였습니다. 당 원내 관계자도 "입장 정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당 내부에서도 설 연휴 이후 '민생'에 초점을 맞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때문에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이 일종의 '정쟁'으로 비칠 수 있어 당 지도부 차원에서의 고심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최 권한대행의 탄핵으로 추가 국정 공백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동인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