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매서운 건 추위만 아냐

G2 패권…지구촌경제 '얼음장'
피크코리아·코리아쇼크 '어쩌나'

입력 : 2025-02-06 오후 3:41:28
[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설 연휴 폭설 탓에 저마다 "괜찮으셨냐?"는 말로 인사를 대신한다. '해마다 선산에 가는데 고립돼서 가질 못했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큰 길에 차를 버리고 걸어서 집까지 이동했다'며 고생한 얘기로 덕담을 나눈다.
 
출입처인 세종관가 공무원들과의 점심자리에서도 폭설과 씨름한 무용담은 빠지지 않는다. 서로 이야기 보따리를 펼칠 때마다 믿기 어렵다는 기색은 주로 한반도 남동부에 위치한 광역시 사람이다. 부산이 고향인 한 공직자가 "부산엔 눈이 안 온다"며 건넨 너스레에 한참을 웃던 기억이 있다.
 
24절기 중 첫째 절기인 입춘이 지났지만 눈 소식은 여전하다. 매서운 한파는 상대적으로 따뜻하다는 남동부의 부산 바닷물도 얼렸다. 세종시도 세베리아(세종시+시베리아)의 명성이 부활했다. 관가 출입문을 들어설 때마다 외마디 비명은 '추~'다. 입이 얼어 춥다 추워 발음은 묵음이 될 정도다.
 
봄의 시작이 지났는데 이 무슨 '추위 쇼크'인지. 냉랭하고 싸늘한 쇼크는 어디 날씨뿐이겠는가. 새해 정초부터 막 오른 G2 간의 관세전쟁 탓에 지구촌경제는 그야말로 얼음장이다.
 
 
한파가 이어진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몸을 잔뜩 웅크린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관세폭탄에 중국의 보복조치가 관세전쟁의 서막을 알리면서 주변국들로서는 셈법만 복잡하다. 시장에서는 이번 트럼프 관세가 협상용 카드라는 점을 내세워 중국 맞불에 따른 불확실성은 완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압박 위협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미·중 간 파나마 운영권, 펜타닐 등 민감한 사안과 관련된 만큼, 원만한 협상엔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등소평의 개혁개방 이후 시진핑은 집권 2기부터 미국을 넘어선 강대국, 강군을 강조해왔다. 이윤추구를 중시하는 트럼프의 장사꾼 기질과는 정치적 결이 다르다.
 
국제 정치에서 헤게모니를 뜻하는 패권은 다른 나라를 압박해 으뜸의 자리를 차지, 권력을 누리는 힘을 의미한다. 한 나라의 패권 영향력을 결정짓는 요소는 산업경쟁력, 통화가치, 군사력이다. 특히 산업경쟁력은 통화가치와 군사력을 키울 수 있는 핵심 요소다. 
 
때문에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 구조를 통한 전략과 전망을 예측해야한다. 현재 중국의 최대 난제는 트럼프발 리스크가 아니다. 중국의 문제는 사실상 곯아가는 내수에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피크차이나론'이 거론되면서 차이나쇼크를 맞을 수 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중국의 세계 수출 점유율은 2021년 15.3%로 정점을 찍은 이후 15%대가 무너졌다. 내수 시장에서는 부동산 시장 부진과 소비 증가세 둔화 등을 풀어낼 묘수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소득에 비해 부동산 자산 기반의 거품이 큰 곳이다. 자산 불평등이 크게 심화된 데다, 취업 기회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기업 수익성도 약세로 소비심리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분석을 보면 일정규모연간 매출 2000만위안 이상의 공업기업 경상이익은 2023년 -2.3%에서 지난해 1~10월 -4.3%로 전년보다 급감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5일(현지시간) 중국이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적용한 추가 관세 조치에 반발, 분쟁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자산 100위안당 영업수익은 2021년 95.4위안에서 지난해(1~10월 누계기준) 77.3위안으로 하락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다.
 
더욱이 중국은 팬데믹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를 크게 하회하는 등 목표치와 실적치 간의 격차가 큰 '디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기대비 0%대의 낮은 수준으로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GDP 디플레이터가 2023년 2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했기 때문. 
 
민간소비의 원천인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세의 둔화도 예사롭지 않다. 위태로운 일자리로 인한 임금 상승세 둔화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이 대표적이다.
 
도시 근로자비민간부문 기준 평균 임금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2021년 9.7%에서 2023년 5.8%로 상당폭 하락했다. 주택가격과 주가지수는 수년째 부진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경기부양으로 통해 성장률을 방어할 여력이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한 경제학자의 분석을 보면, 중국이 성장률을 방어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은 15년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의 중국 공략은 단기적으로 중국에 정치·경제적 제약요인이 될 수 있지만 기술 자립화의 가속화,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기술 자립화의 단초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저비용 고성능 생성형 AI 모델 출시에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성장률을 방어할 수 있는 기간이 5년 남짓에 불과하다고 진단한다. 더욱이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를 밝히고 있는 중국의 저가 물량 밀어내기는 한국 시장에 위협이 되고 있다.
 
관세전쟁 격화 땐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이 1%대 중반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제시되면서 G2 패권의 고래 사이에 낀 한국은 오히려 '피크코리아', '코리아쇼크'가 될 판이다. 버틸 수 있는 국가들과 달리 버틸 수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보호무역 시대의 생존전략을 발 빠르게 찾아야할 것이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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