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부터 가자까지…트럼프발 '중동 쇼크'

파나마·그린란드 이어 가자지구까지…'영토' 확장 야심
집권 1기 대이란 고강도 제재 복원…'협상' 여지 남겨

입력 : 2025-02-05 오후 4:21:50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충격과 공포' 전술이 집권 2기에서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타깃은 중동입니다. 그는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소유'하겠다는 구상을 밝혔고 이란의 석유 수출을 원천 차단하는 '최대 압박' 명령에도 서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중동의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트럼프식 '신확장주의'암초 만난 중동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직후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을 다른 지역에 재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자지구 내에는 220만명의 팔레스타인이 거주하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주변 아랍국으로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힌 겁니다. 사실상 소수 집단을 말살하는 '인종 청소'가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전임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가자지구 문제로 발발한 이스라엘과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독립된 국가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은 가자지구 주민의 강제 이주를 반대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온전히 뒤집은 셈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대한 '점령'과 '소유'까지 언급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소유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장의 모든 위험한 불발탄과 다른 무기의 해체를 책임지고 부지를 평탄하게 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으로 공급하는 경제 발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가자지구에 미군을 주둔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재정착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안도, 점령과 소유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파나마운하 운영권 반환 요구와 그린란드 획득 의지 표명까지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신확장주의'가 본격화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경제력과 외교력을 통해 미국의 '영토'를 넓히겠다는 야심이 반영된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정학적 판도라상자 열었다"…거세지는 중동 반발
 
중동 내 반미 진영의 거부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사회는 지역이나 국가에서 특정 집단을 정책적으로 이동시키는 행위를 '범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중동의 리비에라'는 가자지구를 통해 이권을 챙기겠다는 구상입니다. 리비에라는 지중해안 일대의 휴양지를 뜻하는데, 미국이 이를 통해 이권을 챙긴다면 국제법상 '인도에 반한 죄'의 가해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휴전 협의를 진행 중인 하마스 측에서도 암초를 만난 건데요. 하마스 정치국의 사미 아부 주흐리 위원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것들을 역내에 혼란과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처방전으로 여긴다"며 "가자지구 사람들은 그런 계획이 통과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주민들의 자치권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꼬집으며 "지정학적 판도라의 상자를 사실상 다시 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도 "팔레스타인 주민과 아랍 국가들의 맹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미국을 중동 지역 분쟁에 더 깊이 끌어들일 방안"이라고 짚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와 관련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권 이사회,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진=뉴시스)
 
"이란 원유 수출 제로로"…'충격과 공포' 전술
 
이뿐만이 아닙니다. 중동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칼날은 이란에 대한 압박으로 나타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추진한 이란과의 핵 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일방 파기하고 고강도 제재를 복원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시작과 함께 대이란 압박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재무부에 이란에 대한 최대한의 경제 제재를 부과하고 기존 제재 위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했습니다.
 
해당 각서에는 재무부와 국무부가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원유 수출 차단을 원하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이란의 핵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입니다.
 
그는 이란에 대한 '말살'까지 언급했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요. 그는 "나는 지시를 남겼다. 그들이 그렇게 하면 그들은 말살될 것이며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이란과의 협상 여지는 남겨놨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협상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 우리는 이란과 협상을 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크게 판을 흔들어 상대국을 충격에 빠트린 뒤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충격과 공포' 전술이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한동인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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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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