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관세 전쟁'의 향방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난전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 유예 결정으로 한숨 돌리는 듯했던 관세 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전면전 발발로 다시 불붙었습니다. 결국 향후 글로벌 통상 전쟁이 트럼프 임기 향후 4년간 반복될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중국 관세 '발효'…중, '즉각 보복'
4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부과한 10%의 추가 관세가 0시 1분 기준으로 발효됐습니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4일부터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 정상과 각각 통화한 뒤 관세 적용을 30일 유예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도 통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중국에 대한 관세는 그대로 발효했습니다. 반전은 없었던 겁니다. 백악관 역시 이번 주중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통화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중국에 대한 10% 관세에는 테무나 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를 규제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중국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습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석유 등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는 15% 관세를 각각 추가로 부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원유·농기계·대형 자동차·픽업트럭에는 10% 관세가 적용됩니다. 이는 오는 10일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수출 통제는 곧바로 시행합니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텅스텐·텔루륨·비스무트·몰리브덴·인듐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품목들은 반도체 생산의 핵심 원료입니다. 미국 역시 중국의 '딥시크' 영향으로 엔비디아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에 중국은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고 확산 방지 등과 같은 국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해당 품목의 수출을 위해서는 중국 수출통제법 등의 규정에 따라 사전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세 전쟁은 단순히 관세 부과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정부는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미국 패션기업 PVH그룹과 바이오기업인 일루미나를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포함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담당 기관인 시장감독관리 총국이 세부 내용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해당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시간과 미국의 관세 부과 발효 시간은 겹칩니다. 사실상 '보복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 명령에 서명하기 전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부 펀드 설립과 심장병 관련 등 여러 건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사진=뉴시스)
'백기투항' 받아낸 트럼프…다음 타깃은 'EU·한국'
중국과의 전면전이 개시된 것과는 별개로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 유예'는 글로벌 통상전쟁 측면에서 볼 때 한숨 돌렸습니다. 다만 30일 유예라는 점에서 여전히 북미 3국의 관세 전쟁도 불씨가 남아있습니다.
문제는 이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전쟁의 다음 타깃으로 유럽연합(EU)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일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EU에 대해 "(미국이) 3500억달러 적자다. 그래서 분명히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관세 부과 시점에 대해서는 "시간표가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면서도 "그것은 매우 곧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에 가장 가혹한 처벌을 지시하는 패턴의 일부"라고 평가했습니다.
EU 측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예고에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무역 측면에서 공격당한다면, 유럽은 진정한 강대국으로서 스스로 일어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캐나다와 멕시코를 통해 '관세 전쟁'의 승기를 잡은 상황입니다. 관세 유예가 결정된 건 캐나다와 멕시코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여 마약 밀매와 국경 지대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영향인데요.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 등 미국 내 고질병을 캐나다와 멕시코 압박을 통해 풀어낸 겁니다. 결국 트럼프식 '관세 압박'이라는 협상 수단이 인접국의 '백기투항'을 받아낸 셈입니다.
결국 한국 경제는 물론 전 세계가 향후 4년간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캐나다와 멕시코를 통해 드러난 협상 성과가 우방국인 한국·일본을 비롯해 EU에까지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탄핵 정국이 해소되면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 문제와 대미무역 흑자, 대중국 견제 등을 고리로 한 관세 압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