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가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 도중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한동인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을 이웃 아랍국으로 강제 이주시킨 뒤 미국이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셉니다. 급기야 미 의회에서 '대통령 탄핵론'까지 나왔습니다. 이에 미국 백악관과 외교·안보라인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가 영구적이 아니라 일시적이라며 진화에 나섰는데요. 좌충우돌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국의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모양새입니다.
진화 나선 미 백악관…"난민 일시적 수용"
미국 정부와 백악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발언 내용을 부분적으로 톤다운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과테말라를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그것은 적대적인 조치로 의도된 것이 아니라 매우 관대한 조치이자 제안으로, 재건 책임을 맡겠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파트너들, 특히 이집트와 요르단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일시적으로 수용해 우리가 그들의 새로운 집을 재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주민의 이주가 '일시적'이라는 데 방점을 뒀습니다. 또 "가자지구 지상에 군대를 투입한다는 것도, 미국의 세금을 쓰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일단 미군 투입도, 재건 비용 지불 의사도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싸우다 휴전에 합의한 '가자지구'에 대한 해법으로 미국이 장기간 관리하며 개발을 통한 경제 활성화 구상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탄핵 카드를 꺼내든 상태입니다. 엘 그린 하원의원(텍사스)은 이날 탄핵소추안 발의 계획을 공언했습니다. 여기에 대통령의 가자지구 소유·재개발 발언을 두고 중동뿐 아니라 서방 동맹국들도 잇달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습니다.
무릎꿇은 '파나마'…효과 본 '압박 전술'
취임 3주 차 트럼프 대통령의 광폭 행보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특히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예측불허'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4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띄웠습니다. 그는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했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하에서 핵무기 제조 및 운용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공식 인정하는 용어는 '핵무기 보유국'(Nuclear Weapon State)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핵능력 보유국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북한의 핵 보유를 일정 부분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와 같은 언급은 김 위원장에 대한 유화적 제스처이기도 한데요. 일각에서는 이른바 '스몰딜'(부분 합의)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으로 인정해 핵 동결에 나서고 군축 협상에 나선다는 겁니다. 만약 북·미가 스몰딜에 나설 경우 한반도 내 안보 위기는 유지된 채 북한의 경제 제재만 푸는 악영향이 불가피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좌충우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신확장주의'에 기반합니다. '캐나다 편입' 추구는 예외로 두더라도 파나마운하 운영권 반환 요구와 그린란드 획득에 대한 의지 표명, 가자지구 '점령·소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신확장주의를 대표합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와 같은 압박은 실제 실현되고 있습니다. 이날 미 국무부는 "미국 정부 선박은 이제 파나마 운하를 통행료 없이 통과할 수 있어 미국 정부는 연간 수백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의 운영권 환수 의지를 드러낸 바 있는데, 이른바 트럼프식 '충격과 공포' 전술이 먹힌 셈입니다.
결국 가자지구에 대한 '점령·소유' 발언도, 북한에 대한 '핵능력 보유국' 발언도 단순하게 넘어갈 수 없게 된 겁니다.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2기 외교·안보 분야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미·중 충돌·EU 관세…한국도 위기감 고조
경제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관세전쟁을 본격화하면서 국제시장을 뒤흔들어놨고, 일부 성과도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부터 캐나다, 멕시코를 상대로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뒤 이틀 만인 3일 이를 전격 유예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접국의 불법 이민자 단속, 펜타닐 등 마약류 반입 차단 조치를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대중 관세 부과 행정명령은 예정대로 4일 발효됐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에 영향을 받는 중국산 수입품 규모는 4000억달러(약 564조원)에 달합니다. 중국도 즉각 "미국산 석탄과 원유 등에 15%, 농기구와 차량에 10% 보복 관세를 10일부터 각각 부과하겠다"고 맞불을 놓은 상태입니다.
미·중의 관세 충돌, 유럽연합(EU)에 대한 트럼프의 관세 예고 등으로 위기감은 계속 고조될 전망입니다. 한국의 수출 전선에도 비상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 8위인 우리나라를 향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 등을 노리고 관세로 압박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이 장기적으로 한계가 분명하다는 분석도 있지만 현실화됐을 때 우리 경제와 안보에 미칠 영향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전망입니다.
박주용·한동인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