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AI 액션 서밋(AI Action Summit)'이 10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립니다. 2023년 영국에서 열린 'AI 안전 서밋(AI Safety Summit)', 2024년 한국에서 진행된 'AI 서울 서밋(AI Seoul Summit)'에 이은 AI 관련 정상급 회담인데요. 이름에서도 암시됐듯 이번 AI 액션 서밋은 좀더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도출해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앞서 진행된 두 회담이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AI를 강조했다면, 이제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 및 글로벌 거버넌스를 세우는 것이 과제인 셈인데요. 논의 과제로는 공익을 목표로 하는 오픈소스 AI를 위한 기금 마련, 전력소모가 많은 AI모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전략, 대규모 유럽 언어 모델 개발 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전 분야 산업과 일상에 영향을 미칠 만한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이를 둘러싼 국제적 차원의 합의를 도출하고자 하는 것은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사실 이번 AI 액션 서밋이 앞서 열린 두 회담보다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미국 주도의 AI 기술 발전이 기정사실화 돼가던 중 최근 돌발 변수가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급부상인데요. 저비용 AI모델을 내세운 딥시크는 미국 외 국가들 입장에선 일종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AI 기술 개발의 첫번째 장을 화려하게 장식한 것은 오픈AI, 구글, MS, 메타를 필두로 하는 미국 기업들이지만, 그 다음번 장을 여는 주인공은 다른 이름들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죠. AI 기술 개발 자체도 중요하지만, 결국 시장 주도권은 기술의 대중화를 재빠르게 실현하는 자에게 주어질 테니까요.
(사진=뉴시스)
사실 그간 미국 외 국가들이 AI 안전을 고민해온 이면에는 AI 주권을 미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미국에 기술적으로 종속된 대표적 예로는 포털을 들 수 있습니다. 유럽 대다수 국가들의 경우 포털 시장을 미국 구글에 일찌감치 내어준 바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러한 고민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포털 시장에서 구글이 완벽히 점령하지 못한 몇 안 되는 국가로 꼽히지만,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동영상 플랫폼 영역에서는 구글 유튜브에 맥을 못추고 있는 게 현실이고, 유튜브 파워에 힘입어 이제는 구글 포털마저도 국내 시장 점유율을 야금야금 올리고 있죠.)
특히 이번 회담의 주최국이 프랑스라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프랑스의 경우 자국 스타트업 미스트랄이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면서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유럽 국가입니다.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AI를 내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국 AI에 대한 독자적인 비전 및 전략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국가라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게티이미지)
이밖에 트럼프가 정권을 잡은 미국과 딥시크의 활약으로 한층 고무된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각각 어떤 입장을 견지할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내렸던 AI 산업 규제와 관련된 행정명령을 취소하고,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하기도 했죠. 여기에다 엔비디아 AI 반도체의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은 AI에서도 자국 중심주의로 흐를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처럼 이번 AI 액션 서밋은 AI 규제와 혁신의 딜레마 속에서 각국의 치열한 계산, 그리고 뒤이은 행동의 향방이 감지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큰데요. 이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AI 전략이 잘 먹혀들어갈 수 있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치열하게 전개되는 글로벌 AI 전장에서, 극심한 정치적 혼돈은 핑계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기술과 시장 경쟁은 결코 남의 사정을 봐주지 않으니까요. 정치 공백이 정책 공백으로 이어지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가들의 운영의 묘가 발휘돼야 할 때입니다. 부디 혼란한 정치 상황이 국가 AI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