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1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금선물가격(4월물)이 트로이온스당 2968달러까지 올라 3000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 10월과 12월이 만기인 선물은 이미 3000달러를 넘어서 미래 금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CME의 금선물 시세는 지난해 말 266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10% 이상 오른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상승세는 국내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의 금 현물가격은 11일 그램당 15만9410원으로 마감한 데 이어 12일 장중엔 16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는데요. 연초 이후 11일까지 무려 24.5%나 급등한 가격입니다.
물론 국내 금 시세엔 환율 효과가 반영됩니다. 해당 기간 원달러환율이 올랐다면 국내 금가격이 더 높이 오르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대비 지금의 환율은 오히려 소폭 하락한 상태입니다. 즉 올해 실질적인 국내 금 가격 상승률은 25%를 훌쩍 넘는다는 뜻입니다. 국제 시세보다 국내 시세가 더 높아야 할 마땅한 이유는 없으니, 지난해 비트코인 급등기 때 확인했던 것처럼 일종의 ‘김치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투자 열기에 골드바 판매 중단
이렇게 국내에서 더욱 주목받으며 금 가격이 오르다 보니 금 투자 열기도 뜨겁습니다. 국내 금현물 일일 거래량을 보면 지난해 10월 급등기에 한번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 수준의 거래량이 2월 들어 2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금 선물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의 거래량도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금에 대한 인기는 실물 금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11일 조폐공사가 몰려드는 골드바 구매 열기에 시중은행에 판매를 일시중단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는데요. 그만큼 금 투자 열기가 과열 수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골드바 구매처가 은행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금거래소는 물론 시중의 귀금속 소매업체 즉 금은방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의 금 현물 시세를 게시해놓고. 여기에 세금과 약간의 프리미엄을 붙여 골드바를 판매하는 금은방들이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습니다.
그런데 이중엔 전통시장 내 상점 또는 골목형 상점으로 지정된 곳도 있다는 것이 문제의 발단입니다. 이곳에선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매출기반 확대를 위해 설 연휴 한시적으로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을 10%에서 15%로 상향하고, 디지털 결제액의 15% 환급행사를 진행했다.(사진=뉴시스)
온누리상품권으로 골드바 할인 구매
최근 재테크족들 사이에선 전통시장 내 금은방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골드바를 사는 것이 큰 인기입니다. 정부는 지난달 설 명절을 맞아 15% 할인 충전이 가능한 온누리상품권을 판매했는데요. 또한 1월10일부터 2월10일까지 한 달 간 사용금액의 15%를 환급해주 는 행사도 벌였습니다. 환급액 한도는 2만원이었지만 주간 단위로 4주간 진행된 행사였고, 모바일형 온누리, 카드형 온누리를 각각 적용했기 때문에 인당 최대 16만원을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이 기간에 15%를 할인받아 온누리상품권을 구매(충전)해서 골드바를 구매하면 그만큼 할인된 값으로 골드바를 사는 효과를 얻는 것입니다. 게다가 구매 횟수에 따라 2만원씩 페이백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개 금은방에선 금시세를 돈(3.75g) 단위로 고시해 놓고 골드바를 판매합니다. 한 돈은 3.75그램입니다. 한국거래소의 금 현물은 그램 단위로 거래됩니다. 실시간 금 현물가격을 금은방이 내건 ‘고객이 살 때’ 가격과 환산해 비교해 보면 약간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보통 1% 정도입니다.
단 실제로 골드바를 살 때는 여기에 부가가치세가 붙습니다. 구매금액의 10%가 부가세로 붙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객의 실제 구매가격은 금 현물가격의 110%에 약간의 프리미엄이 붙은 값으로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이걸 온누리상품권으로 구매하면 부가세에 프리미엄까지 감안해도 금 현물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이미 15%를 할인받았기 때문입니다. 신용카드나 온누리상품권으로 구매할 땐 프리미엄에 수수료를 더 붙이는 곳도 있는데 그것까지 더해도 금 현물가격보다 쌉니다.
결국 시장 금은방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골드바를 사면 금 현물가격보다 싸게 금을 살 수 있고 페이백까지 받습니다. 만약 구매자가 원한다면 이걸 다시 중고마켓에 내다 팔아 그 차익을 얻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한 달 동안 인터넷 커뮤니티 등엔 골드바를 살 수 있는 금은방을 수소문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이는 특정 지역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라 전국 단위의 정보 공유였습니다.
서울시내 금은방에 골드바 제품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온누리 주무부서 “몰랐다”
재테크족으로선 저렴하게 골드바를 살 수 있고, 또 손쉽게 차익을 낼 수 있는 기회이므로 반길 일인데, 과연 이 상황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초 '2025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온누리상품권을 연간 역대 최대 규모인 5조5000억원 규모로 발행하고, 할인율과 사용처를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정부가 서민경제 지원을 위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것인데 금은방에 이익을 보태주고 구매자들에게 재테크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도 쓴 셈입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온누리상품권의 부정 사용이 큰 이슈가 된 후 정부는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주류 전문 판매점 등에서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차단되는 등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귀금속 소매업은 제한업종이 아니어서 지금으로선 이와 같은 재테크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입니다.
설 명절에 맞춰 푼 15% 할인 온누리상품권은 지난주 판매가 끝났고 지금은 구매할 수 없으나, 10% 할인 온누리상품권으로 골드바를 사도 최소한 부가세는 아낄 수 있습니다.
이번 주엔 온누리상품권 관리를 조폐공사로 넘기기 위한 시스템 정비가 진행 중이며 다음 주부터 다시 10% 할인 판매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오는 추석 명절에도 15% 할인 판매가 예상돼 금은방을 제한업종에 포함시키지 않는 한 이런 일은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온누리상품권 발행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지역혁신과 소상공인팀 관계자는 이에 대한 질의에 “처음 듣는 얘기”라며 놀랐습니다. 그는 “귀금속 도매업은 온누리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소매업은 제한이 풀린 상태”라며 “온누리상품권을 이용한 골드바 구매에 대해선 자세히 알아보고 내부적으로 논의해 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