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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순위로 본 증시 트렌드 변화
2차전지 밀려난 자리에 꽃피운 바이오 세상

입력 : 2025-03-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내 주식시장 구도에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군에서 순위 변화가 포착되고 있는 것입니다. 
 
시총 순위 특히 5위 내 대표 종목들은 단순히 순위만 높은 것이 아니라, 그 아래 순위 종목들과 시총 규모 차이가 커서 웬만해선 순위가 바뀌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상위권에 어떤 업종, 섹터에 속한 종목들이 많은가로 현재 증시를 주도하는 메가 트렌드를 가늠하기도 합니다. 
 
2차전지 ‘화무십일홍’
 
코스피 시총에서 주목할 순위는 2위부터 5위 자리입니다. 
 
반도체 업황이 좋든 나쁘든, 삼성전자가 국내 시총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훼손된 존재감이 지금보다 더 작아진다고 해도 5년 안에 이 순위를 뺏길 것 같지 않습니다. 
 
2위도 반도체 2인자이자 한국 주식시장의 2인자인 SK하이닉스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2위 자리는 남의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2023년 11월만 해도 시총 2위는, 지금은 3위로 밀려난 LG에너지솔루션 차지였습니다.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에 공모 상장함과 동시에 SK하이닉스를 밀어내고 2위 자리를 꿰찼으니까요.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 2차전지 세상은 오래가지 못했고, 2024년 반도체 그중에서도 엔비디아 효과를 톡톡히 본 시스템반도체 덕분에 SK하이닉스가 다시 부상, 둘의 자리를 바꿔놓았습니다. SK하이닉스로선 1년10개월 만에 2위 자리를 탈환한 것이었습니다.
 
2차전지의 퇴보는 코스닥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 흔적을 남겼습니다. 한때 코스닥 시총 1위, 2위 자리를 다투던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에코프로 집안의 두 부자는 현재 각각 2위와 4위로 밀려난 신세입니다. 3위 아래 종목들과는 시총 차이가 커서 에코프로 왕조를 영원히 이어갈 것처럼 보였으나 이 또한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고공행진을 구가한 신흥강자 알테오젠에게 1위 자리를 뺏겼습니다. 그 후로 1위 자리를 넘보지 못할 만큼 둘의 사이는 크게 벌어진 상태입니다. 11일 마감가 기준 알테오젠 시총은 19조7279억원, 에코프로비엠은 11조6383억원입니다.  
 
에코프로비엠은 1위는커녕 2위 자리 지키기도 만만치 않은 모습입니다. 최근 HLB에게 2위 자리를 잠시 내주기도 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HLB 신약 리보세라닙 승인 이슈로 최근 며칠 주가가 흔들리는 사이 에코프로비엠이 다시 2위를 차지했지만, 둘의 차이는 약 1조3000억원, 하루의 주가 급등락으로 바뀔 수 있어 에코프로비엠으로선 여전히 위태롭습니다.
 
(표=뉴스토마토)
 
 
한화에어로, 어느새 10위권 안착
 
10위권으로 시야를 넓힐 경우 최근 무섭게 치고 오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단연 눈에 띕니다. 100위 안에 든 것만 해도 대견했던 날들이었는데 1년 남짓한 짧은 기간 안에 10위권에 안착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최고 수혜주로 주목받다가, 우방국까지 위협하는 트럼프 반사이익에 올라타 상승세가 가팔라진 결과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게 밀려난 종목이 POSCO홀딩스, KB금융 등 코스피를 호령하던 종목이란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변화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재 시총 순위는 10위, 삼성전자 우선주를 제외할 경우 9위입니다. 최근 조정세를 거치고 있으나 10%만 올라도 앞순위 NAVER를 제칠 수 있는 상황입니다. 
 
10위권 밑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있습니다. 조선주 강세를 발판 삼아 순위를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다만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피크’ 논란에 10위권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 몇몇 종목들의 선전에 밀려난 주요 종목 중에 금융주들이 있습니다. 국내 대표 금융주 KB금융이 얼마 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라잡혔는데요. 둘의 시총 차이는 5000억원에 불과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금융주가 넋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우 강세 기조를 잃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메리츠금융은 어느새 금융지주 2인자 신한지주와 엎치락뒤치락 순위 다툼을 벌일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1인자 KB금융지주와의 거리도 멀지는 않습니다. 
 
보험업계에선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한 뉴스가 화제였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소식이 전해진 후 둘의 시총 순위가 뒤바뀌었습니다. 그 전만 해도 둘의 차이가 2조원쯤 벌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삼성화재가 18조5472억원, 삼성생명이 16조6200억원으로 삼성화재가 2조원쯤 더 큽니다. 삼성생명으로썬 덩치 큰 아우를 품게 돼 체면을 구겼습니다.
 
코스닥은 바이오 세상
 
코스피에선 시총 5위권에 누가 있는지, 순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로 증시 분위기를 확인하는 데 비해 코스닥은 조금 더 역동적입니다. 업종 대표주 한두 종목이 아니라 섹터 내 여러 종목이 상위권에 우르르 진입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코스닥 시총 1위에 올라선 알테오젠은 바이오의약품 개발회사입니다. 2위 싸움에 뛰어든 HLB도 리보세라닙으로 FDA를 두드리고 있는 바이오 기업입니다. 순환기·소화기질환 치료제를 만들다가 바이오시밀러로 넓힌 삼천당제약, 면역항암제를 만드는 리가켐바이오도 10위 안에 듭니다. 인보사 논란으로 상장폐지 위기에까지 몰렸던 코오롱티슈진이 어느새 10위에 이름을 올린 것, 최근의 일입니다. 이밖에도 보툴리눔톡신을 제조하는 피부 의약품 전문기업 휴젤과, 피부 미용기기를 만드는 클래시스도 시총 10위권의 기업들입니다. 바로 아래 11위엔 피부미용으로 유명한 ‘리쥬란’ 브랜드의 파마리서치가 있습니다. 
 
바이오의약품 또는 바이오 기반 미용 등 ‘범 바이오’ 기업들이 시총 상위를 상당수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현재 코스닥 시장을 누가 주도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한편으론 피부미용, 건강 등으로 엮인 바이오 기업이 많다는 점은 과거 바이오 열풍과는 구별되는 특징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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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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