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리츠·펀드에 불똥

이지스·유경 부동산펀드 자산 매각 진행 중 타격
스퀘어원 매장 품은 신한 리츠, 비중 적어 영향 미미

입력 : 2025-03-12 오후 1:48:24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홈플러스 사태 여파가 전자단기사채 투자자들로 번진 가운데 리츠(REITs)와 부동산펀드 쪽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상업시설에 투자하는 부동산 투자상품 중 홈플러스 매장을 편입한 공모상품이 있어 사태가 확산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자산매각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돼 매각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신한서부티엔디 “공실 발생시 책임임차”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증시에 상장된 신한서부티엔디리츠의 투자자산 중에 홈플러스가 임차한 매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모자리츠 구조로 설계된 상품입니다. 이런 경우 대개 자리츠들이 실물자산에 투자하고 모리츠는 자리츠들의 지분을 보유해 지배하는 구조입니다. 자리츠는 펀드와 리츠를 통해 용산 그랜드머큐어호텔, 동대문 나인트리호텔, 광화문 G타워에 투자 중입니다.
 
그런데 신한서부티엔디리츠의 경우 자리츠는 물론 모리츠도 직접 실물자산을 편입하고 있습니다. 이 자산이 인천시 연수구에 소재한 복합쇼핑몰 스퀘어원입니다. 스퀘어원은 연면적이 5만1145평에 달하는 대규모 시설로 전체 리츠 자산 비중의 6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홈플러스가 입점해 있습니다. 
 
다만 홈플러스는 스퀘어원 건물 지하 3층~지상 5층 중에서 지하 1층의 4분의 1 정도 면적을 장기임차한 것이어서 이번 사태가 전체 신한서부티엔디리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편입니다. 또한 선취 임대료를 받아 당장 홈플러스 측에서 임대료를 내지 못한다고 해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과정에서 매장을 철수할 경우 난처한 입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실을 채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우려에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이날 공시를 통해 “홈플러스와의 임대차계약 해지가 불가피할 경우 인천 스퀘어원의 스폰서인 서부티엔디가 홈플러스 면적까지 책임임차하기로 협의했다”며 “홈플러스로부터 오는 8월22일까지의 임차료를 모두 받아 금융사고나 부실자산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혀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웠습니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가 투자한 인천 스웨어원 쇼핑몰. 이 건물 지하 일부를 홈플러스가 임차하고 있다. 리츠 측은 해당 면적에 공실이 발생할 경우 서부티엔디가 책임임차하기로 협의했다고 이날 공지했다.(사진=신한서부티엔디리츠)
 
전주점 투자 이지스펀드, 고리대출로 ‘끙끙’
 
홈플러스 매장에 투자한 상품이 리츠만은 아닙니다. 이지스코어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26호도 667억원을 조달해 홈플러스 전주효자점에 투자했습니다. 이 펀드는 2017년 6월26일에 폐쇄형펀드로 설정했습니다. 한 차례 자산 매각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않아 펀드 기한을 5년 연장한 채로 현재 공개 매각을 진행 중입니다. 
 
이지스코어리테일부동산펀드126호가 투자한 홈플러스 전주효자점의 가치는 지난해 12월말 운용보고서 기준 1834억원입니다. 자산총액으론 1854억원이며 이중 1193억원이 부채여서 순자산은 661억원에 그칩니다. 부동산펀드의 레버리지 비율이 높다 보니 부채비율이 높은데 문제는 대출금리까지 높아 이자부담이 상당합니다. 
 
펀드는 최근 공시를 통해 지난 2월28일로 대출 만기가 돌아온 삼성생명의 799억원 선순위 대출을 789억원으로 감액하고 금리는 기존 연 7.1%에서 6.1%로 낮췄다고 밝혔습니다. 농협은행에서 받은 200억원과 SBI저축은행 대출 50억원은 기존 연 8.6%였던 금리를 7.6%로 조정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대출 기한을 오는 8월31일까지 6개월만 연장했다는 것입니다. 매각을 고려해 만기를 짧게 설정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자 부담은 상당합니다. 이 때문에 이지스코어리테일부동산펀드126호에서 발생하는 이익금은 전액 선순위 차입금을 일부 상환하도록 돼 있습니다. 지난 2월 결산에서도 투자자들에게 분배금을 주지 못하고 대출을 갚았습니다. 합리적인 결정이지만 투자자들로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습니다.
 
유경펀드, 골칫덩이를 셋이나 
 
2020년 2월에 설정된 유경공모부동산투자신탁제3호는 홈플러스 매장 3곳에 투자했습니다. 울산점, 구미광평점, 시화점입니다. 자산총액은 3110억원 중 부채가 2163억원, 순자산은 947억원이고 특히 울산점 취득가격이 1600억원에 달합니다. 
 
이 펀드도 자산 매각을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9월에 진행한 입찰에서 에프엘자산운용이 2600억원을 써냈는데 장부가 3200억원보다 20%나 낮은 금액이다 보니 팔지 못했습니다. 결국 11월에 수익자총회를 열어 펀드 존속기간을 2028년 2월21일까지 3년 연장한 후 계속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경공모부동산펀드3호도 대출 부담이 상당합니다. 선순위 대출금리는 기존 연 3.2%에서 5.3%로 뛰었고, 후순위대출은 기존 연 4.7%가 8.2%로 급등했습니다. 대출만기가 내년 2월21일이므로 그 전엔 매각에 성공해야 합니다. 
 
이 펀드도 분배금이 0원입니다. 수익자총회에서 반대매수 청구권 행사 대금을 치르고 대출 연장하느라 비용이 들어 2월 결산 후 배당을 하지 못했습니다. 
 
홈플러스 매장들을 품은 두 부동산펀드는 지난 4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발표 후 홈플러스 매장은 정상 운영 중이고 차질이 펀드를 없도록 운용하겠다는 원칙적 입장만 밝힌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미 매각에 실패한 후 법정관리까지 더해졌으니 매각 과정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입니다. 최종 자산 매각가격에 따라 투자자들의 손실도 확정됩니다. 
 
현재 두 폐쇄형펀드는 이지스코어부동산126호A, 유경공모부동산3호 ClassA라는 이름으로 수익증권 시장에 상장돼 있습니다. 현재가는 각각 9000원, 715원으로 펀드기준가와 크게 동떨어진 상태입니다. 거래가 거의 없어 생긴 왜곡으로, 의미가 없는 가격이어서 수익증권 시장에선 엑시트가 불가능합니다. 해당 펀드 투자자들의 운명은 자산 매각가격에 달렸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창경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