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만이 살길…고용악화·관세우려 현실화

빨간불 켜진 경기 하방 압력·고용
올해 10대 제조업 투자계획 '119조'
K-칩스법 통과했으나 나머진 격론
"국내 투자 늘리고 외투 목표 드라이브 걸어야"
관세 우려는 대미 직접투자 협상 카드

입력 : 2025-02-12 오후 5:13:27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경기 하방 압력과 고용 둔화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경제 활성화 뒷받침을 위한 정부 재정정책뿐 아니라 기업들의 적극적인 국내 투자도 절실한 축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 침체시기를 겪고 있는 만큼, 과감한 선제적 투자를 통한 미래 경쟁력 우위와 성장률 방어를 위한 투자 전략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밖으로는 미국 현지투자를 통한 관세 예외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한국이 대미국 무역수지의 상당 부분을 미국 현지투자로 환원하는 데다, 반도체·이차전지 등 미국 내 제품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 수출을 늘리는 점도 협상 카드로 내밀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올해 1월 말 기준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은 전년보다 3.8% 증가한 9747억원으로 1월 기준 역대 최고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0대 제조업 투자 '119조'
 
1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10대 제조업 투자실적'을 보면, 지난해 10대 제조업 투자는 114조원으로 당초 계획인 110조원을 넘겼습니다. 지난해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자금 조달비용 상승, 고환율로 인한 자본재 수입가격 증가 등 어려운 여건에도 반도체, 자동차가 국내투자를 주도한 겁니다.
 
10대 제조업은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석유화학·정유, 철강, 바이오, 조선, 기계·로봇, 섬유 등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 전산업 설비투자의 42%를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올해 10대 제조업 투자계획은 지난해 110조원보다 7% 증가한 119조원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반도체 분야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의 견고한 성장세에 대응할 첨단메모리 중심의 투자를 늘릴 예정입니다.
 
자동차는 미래를 대비할 전기차 전환 투자 확대에 주력하는 식입니다. 특히 기업들의 국내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뒷받침도 요구됩니다. 
 
 
12일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에서 직장인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칩스법 뒷받침…나머진 '격론'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반도체 기업에 대한 통합투자세액공제 공제율을 현행보다 5%포인트 상향하는 내용의 이른바 'K-칩스법'을 통과시킨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K-칩스법'으로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에 조성하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연구개발(R&D)단지 NRD-K 투자금 20조원에 대한 혜택은 4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기업의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 여부,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 근로 적용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전력망법 등을 두고 격론이 커 이견을 좁힐지는 미지수입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들은 국내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과감한 금융지원 등을 공통적으로 제기했다"며 "통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부 지원도 요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경제 전문가는 "박근혜 정부 땐 재계가 투자 발표를 미루다 30대그룹이 149조에 육박하는 투자로 화답한 때가 있다. 박근혜 탄핵 당시 기업 투자 확대가 성장률 하락을 방어한 셈"이라며 "설비투자 부진 등 경기 하방과 일자리 위험이 커지고 있는데 국내 투자를 늘리고 올해 정부 목표 외투도 350억 달러다.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에 초반부터 전폭적인 힘을 다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0일 부산 남구 감만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관세 현실화…미 현지투자 협상카드
 
다른 한편으로는 관세 예외를 이끌어내기 위한 미국 현지투자를 전략화의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철강 관세의 면세쿼터 폐기, 반도체·자동차 관세검토 등 트럼프발 관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안도걸 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국무역협회·한국수출입은행 지표 활용)한 트럼프 1기 정부 이후 대미 무역흑자를 보면, 78.5%가 미국 현지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트럼프 1기 정부(2017~2020년) 동안 한국의 연평균 대미 무역흑자는 149억5000만달러입니다. 연평균 미국 내 직접투자는 143억8000만달러로 무역흑자의 96.2%가 현지투자로 환원됐습니다.
 
바이든 정부(2021~2024년)에서는 연평균 무역흑자 평균 376억9000만달러, 직접투자 269억2000만달러입니다. 무역흑자 71.4%가 현지투자에 활용됐습니다.
 
또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 수출 중 중간재 수출은 트럼프 1기 정부와 바이든 정부에서 각각 53.5%, 54.9%를 차지했습니다. 즉, 미국 현지투자의 증가로 한국의 대미 수출 중 중간재가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 현지투자가 반도체, 이차전지 등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내 제품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 수출이 증가한 겁니다.
 
더욱이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일자리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게 안 의원 측의 설명입니다. 
 
미국 비영리단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의 분석을 인용하면 지난 2023년 미국에서 외국인투자로 생겨난 일자리 28만개 중 한국은 2만개에 달합니다. 이는 대미 직접투자국 중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수준입니다. 한국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상위 10개국 평균 1만1000개보다 83.5% 높게 나타났습니다.
 
안도걸 의원은 "한국은 대미 무역수지 상당 부분을 미국 현지투자로 환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한 목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 관세 부과 예외를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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