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쟁도 '들었다 놨다'…트럼프 '노림수'

취임 후 시진핑과 통화 사실 공개…거듭된 '친분' 과시
우크라이나 해법 모색…시진핑·푸틴 역학관계 주시

입력 : 2025-02-11 오후 4:52:48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가 본격화됐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발언을 보면 관세 압박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유화적 제스처가 동시에 확인됩니다.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전쟁까지 '들었다 놨다'하는 모습인데요. 여기에는 트럼프식 '노림수'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관세전쟁 고조에도트럼프 "좋은 관계 유지"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취임 후 통화 여부에 대해 "그렇다"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인 지난달 17일 시 주석과 통화한 바 있는데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 펜타닐, 틱톡 등 여러 주제를 논했다"면서도 "시 주석과 나는 세계를 보다 평화롭고 안전하게 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취임을 앞두고 미·중 무역전쟁을 예고하면서도 협상 여지는 열어놓은 발언이었습니다. 
 
이날 공개된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시진핑)와 얘기했고 그의 사람들과도 얘기했다"면서 "그의 사람들은 항상 찾아온다. 우리는 아주 좋은 개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중국과 협상이 가능한지를 묻는 과정에서 나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에 연간 1조달러 넘는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미국에서 많은 돈을 빼내기 때문에 우리를 필요로 한다. 더는 그들이 지금처럼 많은 돈을 빼내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과 관련한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무역전쟁과 관련해서는 압박을 유지하는 태도를 보인 셈입니다. 때문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사실상 북미 FTA(자유무역협정) 관계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예고했습니다. 명분은 중국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펜타닐이라는 무역을 보내고 있는데, 두 국가를 통해 미국에 유입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중국에도 추가 관세 10%를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4일 중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 제스처는 반복됐습니다. 관세 부과 하루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24시간 내에 시 주석과 통화하겠다고 했고, 관세 부과 당일에는 서두르지 않겠다며 적절한 시기에 통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시 주석과 통화가 어떤 시점에 진행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관세를 예고한 상황에서 일정 부분 소통은 이어왔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취임식을 마친 후 의사당 내 '대통령의 방'으로 자리를 옮겨 신임 대통령 서명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치광이' 혹은 '저울질'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접촉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미·중 무역전쟁을 풀 실마리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미 미국은 지난 4일부터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여했고, 중국은 이에 대응해 지난 10일부터 미국산 석탄과 LNG(액화천연가스) 등 8개 품목에 15%, 원유·농기계·대형 자동차 등 72개 품목에 10% 관세를 추가하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이른바 '미치광이'(madman·매드맨) 전략 차원으로 분석됩니다. 자신을 종잡을 수 없는 미치광이처럼 보이게 해 상대방의 공포를 유발하고, 이 과정에서 협상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는 전략입니다. 자신의 이미지를 잘 활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압박해 마약 유입 차단과 국경 강화라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또 북한에는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라고 지칭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협상 여지를 띄워놨습니다. 또 가자지구와 관련해서는 '점령·소유'를 언급하며 중동의 판을 흔들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한 입에 주목하게 만들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이 중국에 통할 지는 미지수 입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사실상 '밀고 당기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경제적 측면도 물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한 가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 주석 사이의 역학 관계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마냥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취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60%의 관세까지 예고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10% 추가 관세는 미치광이 전략 차원보다는 밀고 당기기를 통한 상황 관리 차원이 크다는 겁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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