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부가 12일 검찰에 재차 공소사실을 특정하라고 지적했습니다. 검찰 공소사실에서 이 대표 발언 중 무엇이 허위인지 불명확하다는 취지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날 오후 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죄)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항소심 사건 3차 공판기일을 열었습니다.
검찰의 불분명한 공소장은 항소심에서도 문제가 됐습니다. 1심에서 명확하지 않은 공소사실로 공소장이 변경됐음에도 2심 재판부는 지난 5일 2차 공판기일에서 또 공소사실을 특정하라는 석명을 요구했습니다.
검찰은 이날 의견 진술에 나섰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21년 12월29일 <채널A> ‘이재명의 프로포즈-청년과의 대화’ 방송에서 했던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관련된 발언이 허위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는 당시 방송에서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사진 중 일부를 떼 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라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의 ‘마치 골프를 친 것처럼 조작했다’는 발언은 김 전 처장과 해외 출장 중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며 “이에 더해 ‘김 전 처장에 대한 기억이 없다’, ‘인지하지 못했다’ 발언으로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것을 부인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해외출장 중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안 쳤다는 건 이 전 대표의 직접 발언이 아니지 않냐”며 “검사가 해석한 거냐”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골프친 사실 자체를 부인한 발언을 하진 않았다는 겁니다. 이에 검사는 “일반 선거인이 받아들인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국민의힘이 공개한 사진 자체는 뉴질랜드 출장에서 찍은 것이고,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골프를 친 건 (사진 찍은 날과) 다른 날 호주인 것은 검찰도 다툼이 없냐”고 묻자 검찰은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검찰 의견 진술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공소장 변경’까지 언급했습니다. 최은정 재판장은 “발언 맥락을 보기 위해 발언을 다 쓰는 건 좋다”며 “그 중 검찰이 기소하는 허위 발언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공소장 변경이 없어도 괜찮은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검찰은 “발언 내용이 전문에 포함돼 있어 따로 변경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습니다.
최 재판장이 수차례 공소장 변경을 언급했는데도 검찰이 같은 대답을 반복하자 정재오 배석판사가 나섰습니다. 정 배석판사는 “공소사실은 공소장으로 특정해야지 의견서로 특정하면 안 된다”며 “재판장이 어떤 발언이 허위인지 짚어달라고 했는데, 전체 발언이 (공소장에) 들어있으니 괜찮다? 그럼 특정되지 않은 부분이 (공소장에) 남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 배석판사는 김 전 처장 관련 발언뿐 아니라 백현동 용도변경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공소장에) 이 대표 발언이 중략돼 있어서 모르겠다”며 “공소사실에 적힌 발언과 원심 판결문에서 인정한 발언도 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최 재판장 역시 “판단 대상이 무엇인지 공소장만 보면 얼핏 안 보인다”며 검찰에 오는 19일 진행될 4차 공판기일까지 공소장 변경 관련 의견을 제출하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6일 오전 양형을 위한 증인신문을 열고, 오후 결심공판기일을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양형신문 증인으로 이 대표 측이 신청한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를 받아들였습니다. 검찰 측은 아직 양형신문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