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윤석열씨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이르자 윤씨 측은 헌법재판소의 절차를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정치인 체포 등 불리한 증언을 뒤집을 수 없으니, 절차를 문제 삼아 헌재 심판에 불복하려는 걸로 풀이됩니다. 법조계에선 사실과 다르거나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라는 목소리가 큽니다.
윤석열씨가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씨를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지난 13일 헌재에서 열린 8차 탄핵심판에서 “헌재가 위법하고 불공정하게 재판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씨 측은 그동안 장외에서 헌재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여론전만 펼쳤는데, 이날 처음으로 심판정에서도 위법성을 주장한 겁니다. 윤 변호사는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심리가 계속되면 대리인단은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윤씨 측 주장에 대해 여당도 맞장구를 치는 중입니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절차 위법성을 이유로 문형배 재판관(헌재소장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준비하고 있어서입니다.
윤씨 측은 윤씨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윤씨가 증인신문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재판부는 윤씨가 증인에게 직접 질문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날 윤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질문하려고 하자 문 재판관은 변호인을 통해서 하라며 저지했습니다. 윤씨 측이 항의하자 문 재판관은 “피청구인은 국정 최고책임자여서 산하에 있는 증인들에게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가 처음부터 윤씨의 질문을 막은 건 아닙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증인이 출석해 진술할 때 윤씨가 퇴정하거나 가림막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윤씨에게 직접 질의할 기회까지 줬습니다. 그러자 윤씨는 증인 진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습니다. 지난달 23일 첫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윤씨가 포고령 1호 등과 관련해 “기억나느냐”고 묻자 “말씀하시니까 기억난다”며 새로운 진술을 했습니다. 이후 재판부는 대리 질의로 방식을 달리했습니다. 헌재는 대신 증인신문이 끝나면 윤씨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대리인단과 달리 시간 제한도 없습니다.
정작 방어권을 포기한 건 윤씨 자신입니다. 최근 윤씨는 오후 4시가 지나면 심판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대기실에서 대기를 하고 있습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병이 확보된 윤씨가 탄핵심판 목적과 달리 행동하면 안 된다”며 “헌재소장이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데, 상명하복하는 군인들이 대통령 질문에 대꾸라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윤씨 측은 재판부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을 두고도 ‘위법’이라고 반발합니다. 헌법재판소법 40조1항은 탄핵심판의 경우 헌법재판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합니다.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을 엄격히 따지도록 형소법이 개정됐음에도 재판부가 증거로 쉽게 인정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헌법재판과 형사재판은 다릅니다. 헌재법 조항에서도 ‘헌법재판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형소법을 ‘준용’하라고 했습니다.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탄핵심판은 징계절차에 가깝습니다. 징계절차에선 높은 수준의 개연성이 있으면 증거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성격에 맞게 그대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적절히 변형해 ‘준용’하라는 뜻입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탄핵심판은 징계절차라서 국가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 빨리 결정해야 한다”며 “특히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처벌을 위한 형사재판처럼 증거능력을 엄격히 따지면 국가운영에 심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도 지난 11일 7차 변론기일에서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이란 점 감안해, 형사소송법 전문법칙을 완화해서 적용한다”며 “이런 선례는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탄핵 등에서도 일관되게 적용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증인마다 조서가 말한 대로 작성됐는지, 변호인 입회하에 서명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조서를 문제 삼은 증인은 없었습니다.
법조계에선 윤씨 측이 ‘중대한 결정’을 언급했지만, 별다른 수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변호인단에서 똑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었다”며 “헌재가 이에 흔들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헌재는 윤씨 측 신청을 받아들여 한덕수 국무총리,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조지호 전 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오는 18일과 20일 변론기일을 지정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