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석유화학,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에 업황 회복 기대

중국, 러시아 원유로 저가공세
러시아 제재 풀리면 국제유가↓
인프라 재건으로 제품 수요 올라

입력 : 2025-02-15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이명신 인턴기자] 지난해 부진한 성적을 거둔 석유화학 업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가 나오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막혀 있던 러시아산 원유가 전세계로 공급되면 국제 유가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종전 이후 재건 사업에 따른 수요 상승 전망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전쟁 종전 협상이 수년째 불황에 허덕인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사진=롯데케미칼).
 
14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위한 실무 대표단 구성 준비를 이날부터 시작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해 종전 협상을 시작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실무 협상 준비가 논의되는 셈입니다. 특히 이날 안보회의가 열리는 독일 뮌헨에서는 미국과 러시아 당국자들이 만나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간 중국발 공급과잉과 경기 침체로 장기간 불황의 늪에 빠져 있었지만, 종전이 될 경우 글로벌 물류망이 정상화 되는 등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 2022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한국 역시 같은 해 12월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국제 유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수입해 왔습니다. 이러한 구조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발 제품이 경쟁력을 얻어 국내 업계는 불황의 직격탄을 맞게 됐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종은 생산 원가 중 원료비가 6~70%에 달해 유가에 따른 원가 경쟁력 변동이 큰 산업입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지난 3년간 배럴당 10~20달러 저렴한 러시아·이란산 원유를 도입해 압도적인 원가구조를 보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종전 협상이 성사되고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정상화되면 국제 유가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에 전쟁으로 막혀있던 글로벌 물류망이 복구되면 원유와 나프타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생산 원가 감소로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입니다.
 
종전 이후 재건 사업에 따른 수요 상승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PVC(폴리염화비닐), 폴리스티렌, 폴리우레탄 등 석유화학 제품은 건설 자재 생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재료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인프라를 복구하면서 석유화학 제품이 사용되는 건설 기자재 등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날 기대감도 높습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가지고 제품을 생산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는데, 러시아산 원유 제재가 풀리면 국제 유가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전쟁이 끝나면 경기 부양으로 인한 수요 확대도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이명신 인턴기자 s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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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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