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씨가 지난해 11월9일 2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가시화되는 조기 대선과 맞물려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명태균 게이트'가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달 말 '명태균 특검법'(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 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처리에 나섭니다. 명태균씨가 여론공작 의혹 등에 관여됐다고 거론한 인물들 가운데 여권의 대선주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명태균 특검'이 현실화된다면 대선 판을 크게 흔들 변수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명태균 황금폰'…정국 '태풍의 눈'
명태균 특검법은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입니다. 민주당은 14일 "마약 사건 상설특검 수사계획안 등과 함께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에 앞서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오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명태균 특검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입니다. 특검을 통해 명씨의 '황금폰'을 열어 여당 대선주자의 연관성을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특히 같은 날 '명태균 게이트 관련 긴급현안질의'도 열 예정인데요. 법사위 야당 위원들은 게이트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씨를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명태균 게이트에 다수의 여권 인사들이 연루돼있다는 의혹을 명씨의 입을 통해 집중적으로 파고들겠다는 겁니다. 다만 명씨의 건강이 좋지 않은 관계로 직접 국회 출석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당초 민주당은 명씨가 수감된 창원교도소에서 현장 질의에 나설 계획도 구상했지만 법무부 차관과 검찰총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이 참석해야 해서 해당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로선 국회에서 원격으로 화상 질의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선 명씨가 어떤 방식으로라도 직접 현안질의에 참여한다면 향후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증인 신문을 위해 오는 20일을 추가기일로 지정함으로써 윤석열씨 탄핵심판 선고 기일은 3월 초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민주당이 27일을 특검법 처리 시한으로 정한 배경에는 윤씨의 탄핵심판 선고 기일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거부권을 행사하려는 시점에 윤씨가 파면될 가능성, 또 거부권을 행사한 후 재표결 때 윤씨가 파면된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점 등을 모두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최상목 대행이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끝까지 쥐고 있을 텐데, 그 시점을 윤석열 파면 여부가 결정된 이후로 시간을 조정했다"며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에는) 최 대행의 정치적 입지가 달라진다고 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검법 '무한 발의' 가능성…'대선 정국' 변수로
특검법이 최종적으로 폐기된다고 해도 조기 대선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에서 특검법 추가 발의가 무한 반복될 수 있습니다. '특검법 발의→본회의 처리→거부권 행사→특검법 재표결→특검법 폐기'로 진행되는 과정이 반복되면 대선 기간 내내 '명태균 게이트'가 판세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명태균 게이트가 극에 달했을 때 윤씨를 포함해 여권의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했는데요. 지난해 10월31일 민주당이 윤씨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명씨와 윤씨의 통화내용을 직접 공개하고 일주일 지난 뒤 나온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2024년 11월5~7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전화조사원 인터뷰)에 따르면, 윤씨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17%, 국민의힘 지지율은 29%까지 하락했습니다.
윤씨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17%를 기록한 것은 취임 이후 역대 2번째로 낮게 나온 겁니다. 국민의힘 지지율 29%는 이날 공표된 한국갤럽 결과(2025년 2월11~13일 조사)와 비교하면 10%포인트 낮았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2023년 2월10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전북 전주 완산구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권 잠룡 겨눈 특검법…명태균 "떳떳하면 찬성하라"
명태균 특검법에는 명씨가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불법·허위 여론조사를 제공해 윤씨 부부 등으로부터 공천 개입과 같은 이권과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등 총 7가지가 수사 대상으로 담겨있습니다. 특히 특검 수사 대상에 포괄적 개념인 정치인을 명시하고 인지 수사 조항을 포함했습니다. 명씨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여권 잠룡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오 시장의 경우,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가 오 시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비공표 여론조사를 잇따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홍 시장은 2022년 6월1일 지방선거에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면서 명씨에게 비공표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홍 시장의 측근 최아무개씨가 대구 지역 국민의힘 책임당원의 개인정보를 명씨에게 넘겼다는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원 전 장관의 윤석열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발탁 배경에 명씨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이 의원은 27명의 명태균 리스크에 포함됐습니다.
특히 명씨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서 오 시장과 홍 시장을 겨냥해 "누구 덕에 서울시장, 대구시장에 앉은 자들이 면회는 못 올망정 내가 구속되니 날 고소를 하느냐"며 "떳떳하면 명태균 특검 찬성 의사를 밝히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세 치 혀로 국민들은 속여도 하늘은 못 속인다"고 밝혔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