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박혜정 인턴기자]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습니다. 현행 보험업법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낮은 지분으로도 금융사 고객들의 돈을 이용해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19대 국회부터 계속 개정 논의가 있었지만 모두 소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는데, 이번에는 통과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7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야5당 등 18명의 의원이 동의한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 평가기준을 현행 취득원가에서 시장가격으로 변경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보험사가 특정 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하다가 손실이 발생하면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탓에, 현행 보험업법(106조 1항 6호)은 보험회사가 대주주 및 계열사의 주식 또는 채권을 총자산의 3% 이내로 보유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평가 기준이 시장가격이 아닌 ‘취득원가’라는 점입니다.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둠으로써 주식의 가치가 저평가돼 규제보다 훨씬 많은 주식을 보유할 수 있게 됩니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은 2024년 9월말 기준으로 31조3천억원입니다. 취득가액은 1980년 매입가인 1주당 1072원으로 총 5,444억입니다. 취득원가로 평가하면 삼성생명 총자산의 1.54%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시가로 평가하면 10%에 육박합니다.
우리나라 모든 금융 관련 규제가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자산을 제한하는데, 보험사만 취득원가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수혜를 받고 있는 기업은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유일하다고 평가받습니다. 기존 법안이 ‘삼성 특혜’라고 비판받고, 이 법안이 ‘삼성생명법’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이재용 회장은 1.63%의 낮은 삼성전자 지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순환출자에 따라 삼성전자를 지배력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지분 보유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지분 19.06%)→ 삼성물산(삼성생명 지분 19.34%) → 삼성생명(삼성전자 지분 8.5%)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하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해 온 겁니다.
차규근 의원은 삼성생명법 통과가 삼성 그룹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호소했습니다. 차 의원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과도하게 보유함으로써 지난해 3분기 말 삼성생명의 지급여력 비율이 200% 아래로 떨어졌다”며 “이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차 의원은 “삼성생명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삼성생명 주주와 유배당 가입자를 위해서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제개혁연대 노종화 변호사는 “삼성생명 본사 입장에서도 저하된 자기 자본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삼성은 그동안 자금이 없어서 (해당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삼성 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올라 자금이 충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민주당에서도 김현정 의원실 등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배덕훈 기자·박혜정 인턴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