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규제 엇박자 속에 통신3사는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에 내몰렸습니다. 양 부처의 밥그릇 싸움 속 조 단위 과징금 위기에 놓인 것입니다. 공정위와 방통위 간 다툼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지난 2020년엔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놓고 대치하다 법 제정이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국회에서 플랫폼법 제정 동력이 떨어지자 최근에는 공정위 중심으로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는 꾸준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는데요. 현재 공정위는 시장경쟁 질서를 흩트리는 것을 막는다는 기조 하에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월권적 권한을 내세우며 경쟁시장 대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나옵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통신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 조사에 대해 "업계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조사·심의 과정에서 세심하게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가 업계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살피겠다고 했지만, 통신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정한 판매장려금 기준선 준수 등 적법한 행정지도에 따랐음에도 담합으로 몰리는 것에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단통법) 시행 이후 방통위로부터 과징금 등 제재를 받아왔는데, 이제는 단통법을 준수했다는 이유로 공정위 조사를 있는 것이 혼란스럽다"고 전했습니다. 방통위 내부적으로도 앞서 장려금 기준선 준수는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로 이어가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류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스토마토)
담합 과징금이 현실화될 경우 부처 간 규제 엇박자 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들은 2020년에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 권한을 두고 충돌한 바 있습니다. 당시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입점업체와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경제적 이익 제공을 강요하거나 손해를 떠넘기는 행위, 경영활동 간섭 등을 사후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온라인 플랫폼법을 내세웠습니다. 방통위는 공정위 안이 국무회의에서 정부 안으로 채택되자 전혜숙 전 민주당 의원을 통해 우회적으로 법안 발의에 나섰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을 근간으로 사업자간, 사업자와 이용자간 관계를 모두 규율해 불공정 행위를 막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국내 입점업체와 소비자가 충분히 보호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법안의 중점을 뒀습니다. 하지만 플랫폼법 제정을 놓고 부처 간 법안 조율에 실패하면서 공은 윤석열정부로 넘어온 상황입니다.
플랫폼법은 탄핵 정국 속 현재 국회에서의 입법 동력을 상실한 상태지만, 공정위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한 빅테크 규제로 재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그리어 지명자는 지난해 미국 투자매체 배런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 공정위가 추진 중인 플랫폼법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이달 초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한국의 플랫폼법 제정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공정위가 경쟁시장 대원칙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시장경쟁 질서를 흩트린다는 핑계로 통신사는 물론 플랫폼까지 규제를 지속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과 통상 마찰로도 이어질 위기에 놓였다"며 "월권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