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디스카운트 본격화 우려…출구 없는 한국경제

올해 상반기 수출 전망, -1%대 추락 전망
보호무역주의·반도체 사이클 둔화 등 악재
트럼프발 환율 영향 '혼조'…미 달러 강세 압력↑
중기 경영난 심화…제동걸린 상장사 기업가치
"벨류업 지원 필요하나 '기술혁신' 절실"

입력 : 2025-02-14 오후 5:18:29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보호무역주의, 반도체 사이클 둔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이 마이너스 1%대 추락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또 트럼프발 관세에 따른 환율 영향의 혼조 양상도 압박이 확대될 경우 미 달러화 강세 압력이 더 짓누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과 한국 기업 간의 가치평가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데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조세지출 차지 비중도 60%대로 추락하면서 빙하기를 맞은 한국 경제의 여실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상반기 수출 전망 '-1.1%'…고환율 지속
 
14일 국제금융센터의 이슈 분석을 보면 최근 씨티은행은 올 상반기 한국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난해 상·하반기 각각 9.0%, 7.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최악의 수출 전망이 예상된 겁니다.
 
올 연초 수출은 전년보다 10.3% 감소했지만 길었던 설 연휴 등 조업일수 감소가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수출입 변동 상황을 보여주는 수출물량지수가 전년보다 10.7% 하락한 데 반해, 수출금액지수의 감소 폭(11.1%)이 큰 것과 수입물가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오른 수입물가도 4개월 연속 상승(1월 수입물가 2.3% 상승)하면서 원재료 수입, 가공 후 되파는 수출기업들은 고환율에 업황 부진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예컨대 수입 원유를 국내에 정제해 공급하는 나프타 등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원재료 가격 상승과 업황 악화가 난제입니다. 반도체산업과 배터리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제조원가·해외투자비 상승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수출비중이 큰 조선·자동차·기계의 경우는 고환율에 따른 혜택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화로 인한 원가급등과 수요위축 등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우려가 높습니다.
 
원·달러 환율을 보면 지난해 12월에는 1434.42원에서 지난달 1455.79원으로 1.5% 상승한 바 있습니다. 전년과 비교해서는 10% 급등한 수준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언에 환율이 급등락을 보이고 있어 원·달러 환율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인 형국입니다. 다만, 상호관세와 관련한 불확실성 해소로 원·달러 환율이 1440원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1400원대의 높은 환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외환분석부장은 "미국발 관세 충격에서 발생하는 환율 영향이 경로별·통화별로 상충되면서 당분간 혼조 양상이 전개될 수 있으나 추후 관세 부과 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미 달러화 강세 압력이 강화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딥시크 쇼크' 대응과 AI 발전 전략 긴급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익성장뿐 아닌 기술혁신 관건"
 
더욱이 연초부터 얼어붙은 기업경기는 대기업보단 중소기업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김정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분석한 트럼프 보편관세의 중소기업 수출 영향을 보면 캐나다·멕시코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 그 외 국가 제품에 10% 관세 땐 중기 주요 품목의 대미 수출이 최대 1조2000억원(-11.3%) 감소할 가능성을 예측했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의 기업군 조세지출 분석을 보면, 중기의 조세지출 규모는 지난 2021년 14조4000억원에서 올해 18조9000억원으로 4조5000억원 증가한 반면, 기업군의 조세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9%에서 68.5%로 내려앉았습니다. 이는 2.4%포인트가 감소한 규모로 경기 침체로 경영난을 겪는 중기를 방증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과 밸류에이션(가치평가)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기업의 저조한 가치평가도 고민스러운 부분입니다.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 등 미국의 혁신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커지고 있는 반면, 한국 상장사 시가총액은 2000조원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제기입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주주환원 확대 기업 대상 법인세 세액공제, 배당소득 분리 과세 등 밸류업 지원 법안들이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세 지원을 통한 이익 성장뿐 아닌 기술 혁신이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핵심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의 대표성과 지표라 할 수 있는 ROE(자기자본이익률)-PBR(주가순자산비율)이 개선되는 유일한 지역은 역설적이게도 전 세계에서 미국뿐"이라며 "증시 성과의 결정적인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이익 성장과 기술 혁신이라는 점에서 약진하고 있는 중국 기술 경쟁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정국 불안과 리더십 공백을 해소해야하는 일이 우선으로 밸류업을 한다 해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있으니 외국 투자자들이 선 뜻 한국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한국 자산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밸류업 지원은 필요하나 기술 혁신만이 한국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신무기"라고 조언했습니다.
 
 
14일 블룸버그의 분석 전망을 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서베이 조사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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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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