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비만의 정의

랜싯 임상 비만 정의 및 진단 기준 위원회 새로운 보고서 발표
체질량지수(BMI) 비만 규정에 미흡, 임상 비만과 전임상 비난으로 구분해야
체중에 따른 편견, 비만 치료와 예방에 장애

입력 : 2025-03-05 오전 9:55:51
(사진=게티이미지)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외과의사들이 해부와 수술용으로 사용하는 칼을 보통 스캘펄(scalpel)이라고 합니다. 다른 말로 랜싯(lanset)이라고도 하죠. 2세기 전인 1823년 영국의 외과의사이자 검시관이었던 토마스 워클리(Thomas Wakley)는 이 수술용 칼을 제호로 의학 저널 <랜싯(The Lancet)>을 창간했습니다.
 
저널 인용 보고서(Journal Citation Reports)에 따르면 이 저널은 2023년 기준 의학 분야 영향력 면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일반 언론매체에도 랜싯이 BMJ,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JAMA(The Jo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같은 경쟁지들보다 더 많이 인용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랜싯은 2022년 3월 임상 비만 정의 및 진단 기준 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이 위원회는 3월 1일 비만의 재정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치료 개선(Redefining obesity: advancing care for better lives)이라는 보고서를 랜싯에 발표했습니다.
 
런던 킹스 칼리지의 프란체스코 루비노(Francesco Rubino) 교수가 이끄는 이 위원회는 전 세계 인구의 약 8분의 1이 비만의 영향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만의 분류와 정의에 대한 글로벌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비만인 사람들은 서로 다른 건강상의 특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기준으로 정의되거나 비만 인구라는 일반화된 집단의 일원으로 분류됐습니다.
 
위원회는 기존의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하는 비만 측정 방법이 지방 과다(adiposity)나 비만을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할 수 있으며 잘못된 비만 측정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건강 관리나 보건정책 수립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비만을 과도한 체지방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질환 상태로 정의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위원회는 임상적 의사결정, 그리고 치료 개입과 공중보건 정책의 우선순위 결정을 돕는 객관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의학 부문과 여러 국가를 대표하는 전문가 58명이 참여했습니다. 또한, 비만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을 참여시켜 환자의 관점을 고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위원회는 비만을 임상적 비만(clinical obesity)과 전임상적 비만(preclinical obesity)으로 구분했습니다. 일단 건강 상태와 질병 상태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위원회의 정의에 따르면 임상적 비만은 과도한 체지방으로 인해 조직, 장기, 그리고 신체 전체에 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만성적이고 전신적인 질환으로 심각한 장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장마비, 뇌졸중, 신부전 같은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전임상적 비만은 다른 조직과 장기의 기능이 유지된 상태에서 과도한 체지방이 존재하는 상태로 임상적 비만 및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특정 유형의 암, 정신 질환 등, 여러 가지 비전염성 질환(NCDs)의 위험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기존의 체질량지수(BMI)는 개별 건강 상태 측정이 아닌, 인구 수준에서 건강 위험을 평가하는 대리 측정 기준(surrogate measure)으로만 사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즉, 역학 연구 또는 선별 검사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도한 체지방 여부는 가능한 한 직접적인 체지방 측정을 통해 확인해야 하며, 그러지 못할 때는 BMI 측정과 병행해 한 개 이상의 신체 계측 기준(예: 허리둘레, 허리-엉덩이 비율, 허리-신장 비율)을 연령, 성별, 인종별로 차별화된 기준점(cutoff points)을 사용해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BMI가 40을 초과하는 경우(예를 들면 키 170cm에 체중이 115.6kg), 과도한 체지방이 존재한다고 간주할 수 있으며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과도한 체지방(장기 또는 조직 기능 이상 여부와 무관하게)이 확인된 사람들은 임상적 비만 여부를 평가받아야 하며 임상적 비만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주요 기준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해야 합니다. 비만으로 인해 장기나 조직 기능이 저하되거나, 걷기를 비롯해 나이에 맞는 기본적인 일상생활(목욕, 옷 입기, 배변, 배뇨, 식사 등)에 제약을 받는 경우입니다.
 
위원회의 보고서를 요약하면, 임상적 비만 환자는 적기에 치료를 받아야 하며, 전임상적 비만 상태에 속하는 사람들은 건강 상담을 받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받아야 합니다. 필요할 경우 임상적 비만으로 악화하거나 기타 비만 관련 질병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합니다. 보건 당국은 임상적 비만이 있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해야 하며 비만 발생률과 유병률을 줄이기 위한 공중보건 정책은 비만의 원인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근거 없는 가정이 아닌, 최신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야 합니다. 체중에 따른 편견(weight-based bias)과 낙인은 비만 예방 및 치료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있어 주요 장애물이며, 의료 전문가 및 정책 결정자들은 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지속시켜주는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성분의 위고비(Wegovy)나 오젬픽(Ozempic) 같은 약이 비만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희망적 기대가 높습니다. 하지만 비만은 일시적이고 국소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문제입니다. 위원회는 비만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요인, 생활 습관, 정신 건강, 유전적 요인 등을 함께 고려한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개인 차원에서도 운동·영양·심리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위원회의 비만 개념 재정의와 여러 가지 권고사항이 실제 비만을 줄이는 데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참고) 
 
3월 1일 세계보건기구는 2022년 기준 세계 인구의 비만 실태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 전 세계에서 8명 중 1명이 비만 세계 성인 비만율은 1990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청소년 비만율은 4배 증가
- 18세 이상 성인인구의 43%인 25억명의 성인(18세 이상)이 과체중이었으며, 16%인 8억9000만명이 비만
- 5세 미만 아동 3700만명, 5~19세 아동 및 청소년 3억9000만명이 과체중이었으며, 이 중 1억6000만명이 비만
 
WHO가 발표한 2022년 기준 비만인구 비율(그래픽=WHO)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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