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위고비, 오젬픽은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라는 덴마크의 제약회사가 만들어 낸 약입니다.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라는 펩타이드, 즉 단백질 화합물을 주성분으로 합니다. 이 약물은 체내에서 인슐린 분비 촉진, 소화 지연, 식욕 감소 등 다양한 작용을 합니다.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식욕억제와 비만 치료 효과로 더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위고비가 비만 치료제로 출시되면서 노보 노디스크는 엄청난 수익을 올렸습니다. 2023년에는 매출액이 3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5조원이 넘었고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덴마크 GDP를 능가하기도 했습니다.
위고비나 오젬픽 등 비만을 억제하고 치료하는 세마글루타이드 제제는 평생 치료를 목적으로 설계됐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민간 의료 정보 플랫폼인 트루베타(Truveta)의 패트리샤 로드리게스 박사와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빈센트 장 교수 등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이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2년 안에 사용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학협회지(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JAMA) 인터넷판에 실린 이번 연구는 12만5474명이라는 대규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습니다. 모두가 과체중이나 비만이고 그 가운데 61%는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46.5%, 제2형 당뇨병이 없는 환자의 64.8%가 1년 이내에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As), 즉 세마글루타이드 제제의 투약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2년 뒤에는 2형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의 85%가 투약을 중단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약 복용을 중단한 이후에 나타나는 효과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지만, 비만인 사람들을 상대로 한 선행 연구에서는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제2형 당뇨병이 있는 환자의 47.3%와 제2형 당뇨병이 없는 환자의 36.3%가 약물 투여를 중단한 이후 1년 안에 다시 투약을 재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소화 과정을 늦추고, 포만감을 느끼도록 뇌에 신호를 보내는 장 호르몬을 모방한 것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을 중단하면 식욕이 다시 살아납니다. 2022년의 임상 시험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를 1년 이상 사용하고 평균적으로 17%의 체중을 감량한 200명의 참가자를 추적했습니다. 이들 중 일부가 약물 사용을 중단했을 때, 1년 이내에 체중이 다시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약물 사용 이전에 비해 체중이 5% 감소한 것으로 임상적 의미가 있습니다.
더 장기적으로 관찰했다면 이들의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갔을 것이라는 일부 견해도 있지만, 연구자들은 5%의 감량을 약물 투여한 기간 동안 체중이 크게 줄어 식단이나 운동 등 생활 습관에 변화가 일어난 데 기인한 효과로 보고 있습니다.
체중 감소의 성취나 부작용의 효과도 있지만 세마글루타이드 복용을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패트리샤 로드리게스 박사 역시 “보험이 세마글루타이드 복용 중단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형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은 이러한 약물에 대한 보험 적용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전단계(prediabetes) 환자들도 이 약에 대해서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3월 5일, 노보 노디스크는 자체 판매망을 구축해 위고비를 기존가격의 반값에 판매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는 미국에서 위고비나 오젬픽을 포함한 세마글루타이드 제제를 투여하기 위해서는 한 달에 1000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위고비 주사제를 4주 투여하는 데 50만원대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보험 적용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약물 사용을 더 오래 지속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위장 관련 부작용을 겪은 사람들이 약물을 중단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과 2형 당뇨병이 없는 조사 대상자들 가운데 약 3분의 1은 체중이 원상태로 회복되면서 약물을 다시 투여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많은 체중 감소와 높은 소득은 중단율 감소와 관련이 있었으며, 중단 후 체중 회복은 재시작률 증가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약물을 중단했다 다시 투여한 이후 효과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