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카드 경쟁 과열…금융 안전 대책은 뒷전

군 대상 금융상품 출시 등 혜택 경쟁 집중
미사용 계좌 82만개 달해, 금융사기 위험

입력 : 2025-03-07 오후 1:02:35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은행들이 군 장병 대상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권을 확보키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으나, 카드 계좌 악용 등 금융사기 대책 마련은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사업권을 취득하기 위해 각종 금융상품과 혜택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나라사랑카드 계좌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대포통장 등 금융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난해 국회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나왔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이 없는 만큼, 은행들이 사업권 따기에 급급해 금융안전망 구축은 뒤로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나라사랑카드는 국군 장병들에게 필수적으로 발급되는 카드입니다. 급여 이체뿐만 아니라 신분증 역할까지 겸하는 다목적 카드인데요. 3기 사업자로 선정된 은행은 2026년부터 2033년까지 8년간 매년 20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어 은행권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우체국 등이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자 선정에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은 나라사랑카드 2기 사업자로 선정돼 2016년부터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군 장병 우대금리 금융상품 등 잇따라 출시
 
KB국민은행은 현재 2기 사업자로 IBK기업은행과 공동 운영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사업권 유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장병 내일준비적금 금리를 최고 연 6.2%까지 인상했으며, 가상자산거래소 빗썸과의 제휴를 통해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또한, 군 장병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앞서 2005년 1기 사업자로 10년간 나라사랑카드를 운영한 경험이 있습니다. 사업권을 되찾기 위해 군인 대상 전담 조직을 꾸리고 나라사랑카드 유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군인공제회 자금관리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돼 사업권 탈환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추가로 군 장병 대상 우대금리 예금상품을도 출시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IBK기업은행은 2기 사업자로서 군 장병 금융 지원 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군부대 내 경제 교육 및 도박 문제 예방 워크숍을 개최하며 군과의 유대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군인 전용 금융상품 출시를 준비하며, 장병 대상 금융 서비스 확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우체국 등 다수의 금융기관이 3기 사업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AI 기반 맞춤형 금융 컨설팅과 병영 생활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전역 후에도 지속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신용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NH농협은행은 전국적인 지점망을 활용해 군부대 내 금융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체국은 군사우체국 네트워크를 활용한 안정적인 금융 서비스 제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5년간 나라사랑카드 악용 1000건, 대책 시급
 
이처럼 은행들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다양한 혜택과 금융 서비스를 앞세우고 있지만, 정작 금융 범죄 예방 대책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나라사랑카드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악용된 사례만 1327건에 달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국회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년 이상 사용되지 않은 나라사랑카드 계좌는 2020년 24만6611개에서 2023년 67만7741개로 증가했습니다. 2024년 9월 기준으로는 82만6510개를 넘어섰습니다. 미사용 계좌에 남아 있는 잔액도 157억원에 달했습니다.
 
당시 허 의원은 "이런 미사용 계좌가 범죄 조직에 의해 대포통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며 "은행들이 금융 범죄 예방 시스템을 철저히 갖추지 않으면 장병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은행들은 아직 입찰 공고가 뜨지 않았고, 만약 채택될 경우 금융 범죄 등 예방에 대한 내용도 검토해 추가할 예정이라는 입장입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나라사랑카드 계좌에만 별도로 적용되진 않지만 금융사기 피해 예방이나 대포통장 발생 예방을 위해 입출금 거래가 일정 기간 없는 계좌에 대해 거래중지 계좌로 편입해 별도로 관리하고 있긴 하다"고 답했습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1기 사업자로서 과거에도 나라사랑카드 연결 계좌로 사용된 계좌의 장기 미사용 계좌에 대한 거래중지 등 조치를 했었다"며 "가장 먼저 나라사랑카드 유치 전담 조직을 꾸린 만큼 모든 역량을 동원해 3기 사업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제안서에 담길 각종 특화서비스에 대한 검토와 함께 금융 범죄 예방에 대한 부분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라사랑카드 3기 유치를 위해 은행들이 군 장병을 겨냥한 각종 금융상품을 내는 데 열을 올리고 있으나 정작 금융안전망 구축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역 국군장병라운지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군인의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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