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11일 16:0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STX엔진(077970)이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재고자산이 급증하며 운전자본 지출이 커졌다. 이에 당기순이익이 흑자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출을 기록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유출될 경우 사업을 통해 유동성을 쌓을 수 없어 외부 조달에 유동성을 의존해야 한다. STX엔진은 지난해 3분기까지 차입 등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고, 이자 부담도 늘었다. 다만, 재고자산 확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수주 및 방산 엔진 양산이 시작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양산 체제가 안정화되면서 재고가 매출로 연결된다면 운전자본 부담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STX엔진)
순이익 흑자전환에도 유동성은 외부조달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TX엔진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5068억원, 영업이익은 34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연도와 비교했을 때 매출(4190억원)은 21%, 영업이익(60억원)은 5.7배가량 증가했다. STX엔진은 연간 실적에서도 전년대비 높은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STX엔진의 연간 매출액은 7246억원, 영업이익은 422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4.9%, 123.8% 늘었다.
영업이익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순이익도 늘어났다. 다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여전히 유출이 크게 줄어들지 못했다. 이는 재고자산이 급증한 탓에 운전자본 지출이 커진 까닭으로 파악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TX엔진은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20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14억원 당기순손실)에서 흑자 전환했으나, 영업현금흐름은 2023년 1~3분기 -347억원에서 지난해 1~3분기 -312억원을 기록했다. 재고자산 확보에 788억원이 지출되면서 순이익 이상의 지출이 발생한 것이다.
현금흐름 유출 폭이 크게 줄지 않자, STX엔진은 외부로부터의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회사의 차입금 순증가액(차입금 증가액에서 상환액을 뺀 금액)은 677억원이다. 2023년 같은 시기 회사의 차입금 순증가액은 53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3분기까지 STX엔진이 부담한 이자 지급액은 108억원으로 같은 시기 이자액(79억원)에서 36.7% 늘었다.
현금흐름은 회사의 질적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유입이면 사업을 통해 회사가 자력으로 유동성을 쌓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반대의 경우 영업이익, 순이익 발생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금 지출이 많아 유동성을 쌓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간주한다. STX엔진은 급증한 재고자산 확보에 따른 자금 지출이 현금흐름 개선을 막고 있다. 이에 향후 재고자산이 매출로 연결돼 운전자본 부담을 낮추는 것이 현금흐름 개선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산 수요 증가에 높은 재고 부담 해소 가능성
STX엔진의 지난해 3분기의 재고자산 평가 규모는 2896억원으로 2023년 말(2058억원)보다 40.7%나 늘었다. 실적이 개선에 따른 재고자산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짧은 시간에 재고자산이 큰 폭으로 쌓이면서 부담이 되는 모습이다. 특히 방산 부문의 재고 자산 증가가 컸다. 지난해 3분기 STX엔진의 방산 사업 원재료 재고액은 586억원으로 2023년 말(320억원)에서 260억원 이상 증가했다. 아울러 현재 제작중인 재공품의 평가액도 같은 기간 197억원에서 395억원으로 200억원 가까이 늘었다.
다만, STX엔진의 재고자산 문제는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고 급증의 원인이 지난해 3분기 이후 방산 부문의 신규 수주, 방산 엔진 국산화 양산 체제 구축을 위한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STX엔진은 지난 6일 848억원 규모의 호주 레드백 장갑차용 디젤엔진 공급 계약을 따냈다. 해당 계약은 기술이전과 함께 STX엔진이 부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재고자산 증가가 나타난다.
또한 K9 자주포 엔진 국산화로 인한 양산 체제 구축도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국내 방산업체들이 K9 자주포를 수출하면 일부에 대해 STX엔진이 제작한 방산 엔진이 탑재된다. STX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수출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방산 엔진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4분이 양산에 앞서 3분기에 재고를 확보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이에 점차 재고 부담도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고자산회전율을 다시 높여야 빠르게 재고자산 부담이 빠르게 완화될 수 있다. STX엔진의 재고자산회전율은 2023년 말 2.9에서 지난해 3분기 2.3으로 하락했다. 보통 재고자산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 생산성 향상 투자 등이 병행된다. 이를 통해 재고자산의 매출 연결 속도를 높여 질적 성장도 도모할 수 있다. STX엔진은 지난해 229억원의 투자 계획을 짰으나, 1~3분기까지 80억원의 투자만 집행된 것으로 파악되며 생산 효율성 개선 진도가 더딘 것으로 보인다.
<IB토마토>는 STX 측에 향후 운전자본 지출 감축 계획 등을 질문하고자 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