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트럼프발 관세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철강, 자동차 등 전통 산업 분야 위주로 관세 압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2기를 맞은 트럼프 정부는 아무래도 예전보다 더 독해진 듯하다. 상호관세 부과 발표를 이틀 앞둔 3월 마지막날, 미국 행정부는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보고서)'를 공개했다. 상호관세 발표 전 일종의 압박용으로 볼 수 있는 셈인데, 내용에 따르면 국내 전통 산업군은 물론 디지털 분야까지도 무역장벽의 꼬리표가 붙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직접 나서 상호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다. 상호관세는 상대국이 부과하는 것과 동일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인데, 외신은 거의 모든 수입품에 20% 관세가 부과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관세 압박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이제는 포기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만 한다. 내어줄 수 있는 것은 내어주되 챙겨야 할 것은 챙길 궁리를 해야 할 시점이다. 디지털 분야로 한정해 살펴 보면 NTE에서 한국의 무역장벽으로 지목한 것은 네트워크 망 사용료 부과, 위치 기반 데이터 반출 제한, 공공부문 클라우드 업체 보안인증제도,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 등이다. 이 중 보안에 관한 것들은 쉽게 양보해선 안될 영역이다. 미국에 내어주면 향후 중국에도 내어줘야 할지도 모르기에 더욱 그렇다. 반면 플랫폼법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양보할 만한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국내 테크기업들도 과도한 규제라며 불만을 품는 부분인 만큼, 내려놓는 것을 하나의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둘 필요가 있다. 협상의 테이블에 앉을 때 마냥 다 뺏기지만 말고 얻어 낼 건 얻어내기 위해서다. 아마도 미국 정부가 디지털 영역에서 만큼은 협상의 여지를 조금 넓게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각 나라마다 진흥책과 규제책이 복잡하게 얽힌 산업군이기에 그렇다. 일단 우리로서는 한국이 차후 중국으로부터 받을 동일한 압박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미국에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해보인다. 미국만큼이나 중국에 한국 시장을 내어줘야 한다면 차라리 한국이 스스로 디지털 주권을 어느 정도 지켜내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미국에도 유리할 수 있다. 자유무역시대, 한국이 미국에만 문턱을 낮출 수는 없는 노릇이며, 또 디지털 영역은 보안 문제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설득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정부는 계속해서 국가 대 국가, 일대일 구도로 압박을 해오려 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이같은 접근법이 미국의 국익에도 결국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설득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기술 굴기가 이제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시점에서, 개별 국가를 상대로 한 압박으로는 미국의 패권이 유지될 수 없다는 걸 설득할 지략가가 필요하다. 글로벌 시대, 더 큰 포용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미국이 눈앞의 작은 이득에 눈이 멀어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에서도 누군가가 나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트럼프 시대의 특성을 고려하면 그 역할을 할 이는 외교 전문가 외에 기업인이 될 수도 있다. 정부, 민간 구분할 것 없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