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가 열리기 하루 전날,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기업은 바로 중국 기업 샤오미였다. 일명 '괴물 카메라폰'으로 불리는 플래그십 모델 '샤오미15 울트라'를 공개한 덕분이다. 겉모습을 보면 일단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모양새다. 라이카 카메라의 클래식함이 고스란히 접목됐다. 놀라운 점은 외관에 그치지 않는다. 업계 최고 사양의 카메라에, AI 기능까지 갖춘 스마트폰이 가성비로 유명한 샤오미에서 나왔다는 점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샤오미15 울트라의 경우 1400유로(약 227만원)부터 시작한다.
삼성 갤럭시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샤오미 스마트폰은 아직까지 생소하지만 사실 샤오미는 본래 스마트폰 제조사로 시작한 회사다. 단지 한국 소비자에게 샤오미 보조배터리, 샤오미 로봇청소기 등으로 먼저 각인됐을 뿐이다. 중국내 스마트폰 순위는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화웨이가 1위, 샤오미가 2위, 애플이 3위다. 글로벌로 눈을 넓혀도 삼성, 애플에 이은 3위가 바로 샤오미다. 샤오미 휴대폰은 이제 한국에서도 로봇청소기, 보조배터리 등과 함께 공식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올해 초 샤오미가 한국법인을 설립하며 한국 시장 공식 진출을 선언한 까닭이다.
괄목할 만한 상대, 아니 어쩌면 AI 스마트폰 판세를 주도적으로 열어나갈지도 모를 상대가 바로 샤오미다. 이번 MWC 직전 샤오미가 공개한 '괴물 스마트폰'에서 놀라웠던 부분은 사실 라이카 카메라의 성능 외에도 더 있다. 바로 퀄컴 칩, 구글 제미나이 AI와 결합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물론 AI 스마트폰 기능 자체를 높이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한편으론 미국 기업의 칩과 AI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모양새를 취하며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피해 가려는 전략으로도 읽히는 측면이 있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 간 경쟁은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져만 간다. 마치 누가 언제 또 치고 올라올지 모르는 경기장에 선 것마냥 모두가 살 떨리는 경쟁을 하는 중이다. 기업들 입장에선 아마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기분마저 들 것이다. 사실상 AI 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은 이미 어느 정도 정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는 패스트 팔로워들의 전략 싸움이 중요한 때다. 중국 기업의 기세가 여간이 아니긴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도 있다. 샤오미 AI 스마트폰을 예로 들자면, 회사의 자체 생성형 AI인 하이퍼AI 역시 포기하지 않고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랄까. AI 시대, 보안 이슈는 중국 기업의 분명한 약점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약점은 우리에게 어쩌면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소리 없는 총성이 계속해서 울리는 전장터에 부디 우리 기업들이 전략 없이 서는 일이 없길 바란다.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