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김태현 기자] 14일 각종 특혜논란 속에서 내란죄 형사재판 법정에 나온 윤석열씨는 내내 내란수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윤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80분가량이나 직접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윤씨 측은 온갖 소송 절차를 문제 삼으면서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도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 저지로 실패했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윤씨의 내란수괴 혐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윤씨는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인용, 대통령직에서 파면됐습니다. 윤씨는 자연인 신분으로서는 처음으로 법정에 선 겁니다.
윤씨는 직접 모두진술을 하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윤씨는 오전과 오후 재판 통틀어 80여분가량 혼자 말했습니다. 검찰이 모두진술을 60분 정도 사용한 걸 고려하면 윤씨의 모두진술은 제한시간을 훌쩍 넘긴 겁니다. 재판부는 윤씨의 진술이 너무 길어지자 중간중간 제지했지만, 윤씨는 그야말로 '폭풍 진술'을 했습니다.
윤씨는 검찰 공소장부터 문제 삼았습니다. 윤씨는 “저 역시 26년간 검사 생활을 했다”며 “많은 사람을 구속하고 기소한 저로서도 (검찰이) 도대체 무엇을 주장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검찰 공소장은) 조서들을 모자이크식으로 붙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런 상태의 공소장으로 방어권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씨는 헌재가 위헌·위법하다고 판단한 12·3 비상계엄에 대해서도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라는 주장을 유지했습니다. 윤씨는 “과거 계엄과 같은 군사조치, 군정 실시를 위한 쿠데타와 다르다”며 “군정 쿠데타는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3일 계엄 당시 물리력을 동원하려고 한 군 사령관들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윤씨는 “사령관들은 평소 연습하던 비상상황으로 저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사이 커뮤니케이션을 넘어서 비상매뉴얼로 취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윤씨는 구체적으로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윤씨는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발의 움직임을 보고 상당히 심각하다고 생각했다”며 “헌법기관장(감사원장)을 헌재 (심판정)에 세워서, 갈 데 까지 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민주당이) 감사원장 탄핵 발의를 안 했으면 (비상계엄을) 없던 걸로 하자고 준비시켰다”고도 부연했습니다.
윤씨는 탄핵심판에서 나왔던 내용을 마음대로 왜곡하기도 했습니다. 윤씨는 “국회 완전 봉쇄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며 “들어갈 사람은 다 들어갔다. 엄연히 들어갈 수 있는데도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사진 찍으려고 담 넘으며 쇼한 것도 헌재 (탄핵심판 과정)에서 다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거짓말은 헌재 심판정에서 다 드러났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왜곡된 진술로 심판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샀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윤씨 측은 탄핵심판처럼 사사건건 소송 절차를 문제로 삼으며 소송을 지연시키려고 했습니다. 이날 예정된 증인신문을 미뤄달라거나, 공판준비기일을 다시 열어달라고 했습니다. 윤씨의 변호인단인 위현석 변호사는 “검찰이 증거 출처를 말하지 않아 증거 인부가 어렵다”며 “위법수집증거가 증인신문 중 법정에서 현출(겉으로 드러남)될 우려가 있다. 본격 증인신문 전에 공판준비기일을 지정해 증거 절차가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예정대로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제1특전대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습니다. 재판부는 “당황스러운 게 증인 2명에 대한 신문은 준비절차에 말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씨 측이 검찰 측 주신문에 끼어들며 이의를 제기하자 재판부는 “룰을 정해야 한다”며 “(피고인 측은) 반대신문 때 물어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윤씨는 첫 재판부터 특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법원이 윤씨의 비공개 출석을 허용하고, 법정 내 윤씨 촬영을 불허했기 때문입니다. 법정에 섰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들의 형사재판 사례와 비교하면 윤씨에게만 특혜가 계속된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2017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첫 재판은 언론사의 법정 촬영이 허용됐습니다. 2018년 5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횡령 등 사건의 첫 재판도 촬영을 허가됐습니다. 재판부가 국민적 관심과 사안의 중요성, 공익적 목적 등을 판단해 촬영을 허가한 겁니다.
재판부는 여론을 의식한 듯 법정 촬영 불허에 대해 “언론사 법정 촬영 (요청) 2건이 너무 늦게 제출돼 피고인 의사(를 물을 절차를) 밟을 수 없어서 기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규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피고인 동의 없이 촬영을 허가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윤씨가 비공개 출석을 위해 법원 지하주차장으로 출입하도록 허용한 것도 특혜를 줬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윤씨는 내란수괴 혐의로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도 특혜를 받았습니다. 체포 다음날부터 폐쇄회로TV(CCTV) 감시 없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CCTV가 있는 거실에 수감됐던 사례에 비춰본다면 이례적입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