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원달러 환율 불안, 가계부채 리스크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한은 금통위는 17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2.75%로 동결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금통위는 2023년 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3회 연속 금리를 3.5%로 묶었다 같은 해 10월 0.25%p 인하한 바 있습니다. 그 뒤 11월에도 3.0%까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내렸고 지난 1월엔 동결을, 2월엔 0.25%p 인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75% 인하한 만큼 그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는 가운데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섣불리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번 동결 결정에 따라 기준금리는 2.75%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시장에서도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변동성이 큰 환율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주간 종가 기준 1484.1원으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90일간 상호관세 일시 유예를 발표하며 환율은 진정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에 당분간 위아래로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번복과 이에 따른 서울 집값 상승세 등 가계부채 리스크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미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든 시점에서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가계부채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도 지난 3월 열린 ‘금융 안정 상황’ 설명회에서 "최근 일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여타 지역으로 확산하는 움직임"이라며 "안정세를 보였던 가계부채 증가 폭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시장에선 다음 금리 인하 시점을 5월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5월 금통위가 29일로 조기 대선일인 6월 3일 전으로 예정돼 있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은 금통위가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2월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도 금통위원들 대부분이 5월까지도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3개월 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금통위원은 2명에 그쳤습니다.
또한 관세정책 불안 요인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 국가와 관세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10% 보편관세는 유효하며 중국과 무역전쟁이 격화된 점 등을 고려하면 글로벌 정세 변화는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아울러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편성이 언제 이뤄질지 여부도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