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이 쪼개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반독점 재판이 4년만에 시작됐기 때문인데요. 2000년대 말엽부터 SNS를 중심으로 성장해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계속된 질주에 미국 정부가 과속 딱지를 붙이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메타는 왜 정부와 소송을 벌이게 된 것일까요? 토마토Pick이 메타를 둘러싼 반독점법과 기업을 대하는 세계 정부들의 추세를 살펴봤습니다.
메타. (사진=뉴시스)
반독점 소송 재판 선 저커버그
최근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열린 메타 반독점 소송 재판에서 연이어 증인으로 법정에 섰습니다. 이 소송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지난 2020년 메타를 상대로 걸었는데요. 당시 법원은 ‘법적으로 불충분하다’며 기각했지만 이듬해 6월 증거와 논리를 보강한 소장은 받아들임으로써 본격적 재판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FTC는 메타가 2012년 인스타그램을, 2014년 왓츠앱을 인수한 게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불법적 독점행위라고 봤습니다. 즉 메타가 잠재적인 경쟁자를 사들이거나 배제하는 ‘인수 아니면 매장하기’(buy or bury) 전략을 구사했고 그 덕에 플랫폼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했다고 본 것입니다. 특히 FTC는 저커버그 CEO가 과거 인스타그램 인수는 “경쟁자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 이메일 등을 근거로 삼았고요.
물론 메타는 이를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틱톡과 유튜브, 애플 메시지 앱 등 많은 경쟁자가 있는데 메타가 SNS 시장을 독점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이죠. 또 10년도 더 전에 진행한 인수 계약을 2025년에 문제 삼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주장했고요.
‘광고 독점 불법’ 알파벳도 위기
알파벳도 비슷한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난해 8월 구글이 온라인 검색을 독점하고 있다고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최근 또 ‘셔먼 독점금지법’ 소송에서 패소한 것인데요. 미국 법무부와 여러 주 정부가 제기한 이 소송은 구글이 온라인 광고 시장을 불법적으로 독점하고 있는지가 쟁점이었고, 법원은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 동부 지방법원의 레오니 브링케마 판사는 구글의 행위가 “경쟁사로부터 경쟁력을 박탈하는 것 외에 구글의 퍼블리셔 고객(광고 게시자), 경쟁 프로세스, 궁극적으로 오픈 웹 정보 소비자에게 상당한 해를 끼쳤다”고 봤습니다.
기업 분할 가능할까
두 기업의 위기는 단순히 재판에 휘말려 있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문제는 거세지는 분할 요구인데요. 메타는 경우에 따라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지만 페이스북은 정체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큰 타격이 될 수 있겠죠. 구글 역시 사업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요.
그렇다면 실제로 기업 분할이 이뤄질까요? 미국에는 수많은 기업들이 있었고, 실제로 쪼개진 사례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AT&T가 있는데요. 미국 최대 규모의 통신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7개 권역 통신 기업들로 분사됐죠. 또 ‘석유왕’ 존 D.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도 1911년 반독점법 위반으로 인해 34개 회사로 분해된 바 있죠.
다만 이들 모두 20세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실제로 기업이 분할된 사례는 없는데요. 그나마 마이크로소프트가 2000년 윈도우 운영체제에 자사 웹브라우저를 끼워팖으로써 경쟁사를 배제했다고 소송당한 바 있지만 분할은 면했습니다. 이처럼 현대에 들어서는 기업을 직접 분할하지 않는데, 이는 기업의 규모보다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앱스토어 수수료와 관련한 논란을 자초한 애플, 불공정 계약 논란에 휘말린 아마존 모두 분할 요구가 있지만 실제로 쪼개지는 일은 없었죠. 미국에서 기업이 구조적으로 시정, 즉 분할은 독점적 지위 남용의 해결 방안이 도저히 없다고 판단될 때 행하는 최후의 수단인 셈입니다. 물론 메타의 재판 결과에 따라 향후 인식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요.
세계 트렌드는 빅테크 규제 강화
최근 세계는 기업의 행보를 제재하는 걸 넘어 사전에 규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럽은 이미 디지털시장법(DMA)를 도입해 자사 앱을 우대하는 행위 자체를 차단하는 등 선제적 제재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해 관세전쟁에 돌입했음에도 이 기조만큼은 바꾸지 않고 있죠. 일본 역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죠. 우리나라 역시 오래전부터 플랫폼 규제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선제적 제재는 하지 않을지언정 이번 기업에 대한 압박 강도 자체는 높이고 있죠.
메타 재판, 향후 4년 '가늠자'
그러나 이런 기조가 계속 유지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에는 많은 나라가 공감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데요.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친기업적인 성향의 그는 빅테크 기업 규제에도 불만이 큰데요. EU의 DMA가 자국 기업에 대한 ‘비관세 장벽’이라며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에 꼬리를 내린 듯 EU도 애플과 메타를 겨냥한 벌금을 줄이기도 했죠.
이번 관세전쟁에서도 드러나듯 미국 대통령의 결정은 세계 전체를 쥐고 흔듭니다. 빅테크 기업 규제 트렌드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이번 메타와 반독점 소송 재판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서는지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 이번 재판이 향후 4년간의 빅테크 기업 규제에 대한 가늠자가 될 테니까요.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