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면서 국내 조선 3사(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각 조선사마다 환헤지(Hedge·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방지) 전략도 각각 달라, 환율의 변동성에 따라 실적이 시시각각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뉴시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거래일 종가(1398.0원)보다 1.5원 하락한 1396.30원에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전날에는 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이내 1400원 선을 넘기는 등 롤러코스터급 행보를 보인 끝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11월 29일(1394.70원) 이후 5개월여 만에 처음입니다. 비상계엄 우려와 트럼프발 관세 전쟁 여파로 한때 1500원 직전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최근 미중 관세 협상 기대감이 커지면서 등락하는 모양새입니다.
이처럼 환율이 요동치자, 국내 조선 ‘빅3’도 면밀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선박 가격이 최대 조 단위까지 나가는 만큼, 계약 당시 설정한 환헤지 비율에 따라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고객인 해외 선주가 달러로 계약하고, 건조 대금도 계약금부터 중도금, 인도대금까지 길게는 3~4년에 걸쳐 받는 구조인 만큼, 환율은 조선사들에게 매출과 수익성에 직결되는 변수로 작용합니다. 다만 환율에 대한 국내 조선사의 대응은 각각 다릅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100%에 가까운 환헤지 전략을 쓰는 반면, HD현대의 경우 환헤지 비율이 60%를 조금 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화오션은 대략적인 수치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양사보다는 낮은 것으로 예측됩니다.
환헤지 전략은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한 일종의 ‘보험’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이러한 환율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고 변수를 줄이기 위해 환헤지 비율을 100% 가까이 유지하고 있으며, 한화오션과 HD현대는 시장의 흐름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일부만 헤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환율이 상승할 시에는 한화오션과 HD현대가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환율이 하락할 경우에는 손실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환율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입니다.
가령, 각 조선사가 1억달러 규모의 선박 한 척을 계약할 당시 환율이 1300원이었다고 가정할 때, 선박 인도 시 실제 환율이 1500원이 된다면 삼성중공업의 경우 100% 헤지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에 1억달러에 1300원을 곱한 1300억원을 지급받게 됩니다. 만일 HD현대가 60% 헤지 비율을 설정했다면, 6000만달러(계약금의 60%)에 1300원(계약 당시 환율)을 곱한 금액과 남은 4000만달러에 실제 환율인 1500원을 곱한 금액을 합한 1380억원을 받게 됩니다. 즉, 동일한 금액의 선박 계약이라도 환헤지 전략에 따라 실제 지급받는 금액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환율이 상승 흐름이라면, 헷지 비율은 낮을 수록 수익을 더 얻어가는 구조입니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 흐름이라면 햇지 비율이 높을 수록 이익 방어가 수월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HD현대의 경우 환차익으로 4571억원을, 한화오션은 3772억원을 벌어들인 바 있습니다.
이에 조선업계는 환율 추이를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방침입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심해지면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환율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헤지 비율 조정 등을 통해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