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유지웅 기자] 이재명정부가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통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구체화 논의에 돌입하면서 조만간 세부적인 추경 규모와 추진 일정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전 정부에 35조원 규모의 추경을 요구했던 만큼, 1차분을 제외한 '20조원 플러스알파(+α)'를 추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수출 둔화·내수 부진·투자 감소의 심각성이 예상보다 커 재정지출 규모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 TF 회의를 통해 "경기 회복과 소비진작 사업에서 속도감 있게 추경을 편성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악의 역성장…'추경' 지시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 TF 회의를 통해 "경기 회복과 소비진작 사업에서 속도감 있게 추경을 편성하라"며 관계 부처에 지시했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이 대통령이 취약계층, 소상공인 등의 지원을 우선하라고 당부했다"며 "추경의 핵심 사업을 잘 발굴하고 추경 추진 시 확실한 효과가 나올 수 있게 검토하고 협업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추경 논의에서는 어느 정도 가능한지 점검하는 차원으로 추경 규모와 분야별 지원 등 세부사항은 다음 회의 이후 구체화될 예정입니다. 여권 일각과 정부 안팎에서는 2차 추경의 규모를 '20조원 +α'로 내다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초 민주당의 제안은 35조원으로, 1차 추경 14조원을 빼면 20조~21조원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생각보다 심각해 재정지출 규모가 예상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0.2% 역성장' 기록은 이례적으로 심각성을 더하기 때문입니다. 전기 대비 1분기 증가율을 지출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0.1%), 건설투자(-3.1%), 설비투자(-0.4%), 수출(-0.6%), 수입(-1.1%)이 모두 뒷걸음쳤습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의 분석을 보면 지난해 1분기 실질 GDP를 100(기준)으로 할 경우 작년 2분기 99.7, 3분기 99.8, 4분기 99.9, 올 1분기에는 99.6 지수로 하락했습니다. 더욱이 모두 100을 밑도는 등 사실상 4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한 셈입니다.
4분기 연속 역성장 지수를 보인 코로나 창궐 당시를 보면, 2019년 4분기를 기준값(100)으로 2020년 1분기 98.7, 2분기 96.0으로 떨어진 후 반등한 바 있습니다. 2020년 3분기 98.1을 기록했으며 4분기, 2021년 1분기에는 각각 99.6, 101.2로 오른 것과 대조적입니다.
때문에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40조원 이상의 '슈퍼 추경'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측은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 최대 35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제시한 것을 거론하며 30조원보다 큰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그룹 ING 측은 40조~45조원 수준을 점치고 있습니다. 씨티은행의 분석은 올해 누적 추경규모가 최대 5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이는 성장률을 향후 4분기동안 0.38%~0.77%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추경 규모와 방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수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소비 여력의 확대, 일자리, 물가 등 급한 불부터 전방위적으로 고려하고 있기에 시장의 시그널을 강하게 주기 위한 대규모 추경이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지난달 15일 한 직장인이 서울 시내 한 식당가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짝 회복' 경계…근본적 체질 개선 '요원'
물가 안정화와 함께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안, 지역화폐, 빚 탕감 정책 등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특히 정부는 우선 물가 안정 정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2차 비상경제점검 TF회의에서 "라면 한 개에 2000원(도) 한다는데 진짜냐"라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물가관리TF를 구성하고 당정 협의를 통해 국민이 민생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신속히 마련할 것"이라며 "물가안정과 함께 경제 회복을 위한 추경도 나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전 국민 25만원' 현실화에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지난 2020년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를 보면, 투입예산 대비 26.2∼36.1%의 매출증대 효과가 있다는 게 한국개발연구원(KDI) 측의 분석입니다. 이와 함께 지역화폐,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대출 탕감책 등은 반짝 회복을 불러올 것으로 관망됩니다.
급한 불은 끄겠지만,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 체질 개선은 요원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추경이 모든 걸 해결할 순 없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7년 외환위기(6.74%) 이후 지속 하락해 올해 간신히 2% 선을 지킨 뒤 내년엔 1%대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노동, 금융, 부동산을 포함한 시장 전반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선, 정부·정치권이 이익단체 반발에 밀려 미뤄왔던 개혁을 이뤄야 한다"며 "정부 예산만 갖고 해결하려다 보니 정부·가계·기업 부채만 늘었다. 부채가 많다 보니 그만큼 소비와 투자 여력은 떨어지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지난달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1108억원(지급자 67만명)으로 전년보다 3.0% 증가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신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유지웅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