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정부가 기내 화재 예방 대책으로 시행했던 리튬이온배터리(보조배터리, 전자담배 등) 비닐백 제공 정책이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가자, 항공업계는 이 정책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동안 현장에서 화재 예방 효과 없는 비닐백을 배포하느라 승무원 업무만 늘었다는 불만이 제기돼온 데 따른 것입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기내 보조배터리 반입 관련 내용이 안내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1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보조배터리용 비닐백 보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공항에서 승객에게 보조배터리 등을 담도록 한 비닐백을 더 이상 공항에서는 나눠 주지 않는 가닥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개인이 자택에서 보조배터리를 비닐백에 담아 오는 것은 허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인이 자율적으로 (비닐백을) 준비하는 건 유지하되, 항공사가 제공하는 비닐백은 환경 문제 등을 고려해 대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승객 대부분이 비닐백을 직접 챙겨 오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비닐백 보관 정책은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입니다.
업계는 현장과 동떨어진 행정이 결국 실패로 이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애초부터 비닐백이 화재 예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며 “실효성 없는 정책을 억지로 안내해야 했던 승무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비닐백에 배터리를 넣는다고 해서 실제 화재 상황에서 승객의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정책은 그저 ‘탁상행정’에 그친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토부가 비닐백 제공 정책을 철회한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전문가들도 기존 정책의 실효성 부족을 지적하며 대체 방안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비닐백은 오히려 배터리 열폭주가 발생할 경우 가연성 물질로 작용해 위험을 키운다”며 “비닐백을 없애는 대신 절연테이프 부착을 의무화하고 기내에는 군사용 파우치 등의 장비를 비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비닐백에 보조배터리를 보관하는 정책은 지난 1월 김해국제공항에서 홍콩으로 향하려던
에어부산(298690) 항공기 내에서 발생한 보조배터리 화재 사건을 계기로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도입 초기부터 실효성 논란이 있었고, 결국 현장 혼란만 가중시킨 채 폐기를 앞두게 됐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