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현 상황을 국가 존립이 기로에 선 중대한 국면으로 진단하며 "위기 극복의 참모장이 되겠다"고 밝혔습니다. 12·3 내란 사태로 인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출범한 정부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회의 신속한 인사청문 절차도 부탁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기극복 급선무…향후 1년, 국가 방향 가른다"
김 후보자는 10일 서울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IMF(1997년 외환위기)보다 더한 제2의 IMF 위기이자, 선진국 안착이냐 탈락이냐를 가를 국가적 대위기"라며 "향후 6개월에서 1년 내 국가 방향과 제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997년 외환위기(6.74%) 이후 지속 하락해 올해 간신히 2% 선을 지킨 뒤 내년엔 1%대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거론했습니다.
그러면서 "성장의 추세가 IMF 당시엔 완만한 상승이었는데, 지금은 하강 내지 침체이며, 산업적 환경이 어느 때보다 어렵다"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등 주변국과의 관계가 그때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했습니다. "물가, 부채, 국가 재정 등의 상황이 만만치가 않다"고도 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단순 경기 부양이나 미봉책이 아닌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 개혁 필요성도 시사했습니다. "생각보다 크고 깊은 위기의 근원이 시간이 갈수록 드러날 것"이라며 "지난 대선 기간에 '최소 2년은 안정적 위기 극복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새 정부에 힘을 달라'고 호소했던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국가 대전환 시기에 대처하지 못하고, 내란으로 악화일로에 빠져버린 현재 위기를 정확히 드러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책임 추궁이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냉철한 위기 진단이 급선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얼마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과를 낼지가 중요하다"며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나라도 정치도 정당도 무의미하다"고 단언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김종필·박태준 같은 보수 리더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손을 잡고 IMF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보수의 애국적인 분들이 이재명 대통령 손을 더 많이 잡아주면 좋겠다"며 통합의 메시지도 냈습니다.
국민의힘과 협치를 위해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때리면 꿈틀할 수도 있겠지만, 가급적 그냥 맞겠다"면서 "합리적 문제 제기를 고민하며 듣는 귀를 훈련하겠다"고 몸을 낮췄습니다.
인사청문회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각오도 내놨습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국정방향을 풀어가는 정부의 참모장이자, 국민에게 일상적인 국정 설명을 드려야 한다는 점에서 대국민 참모장"이라며 "필요한 모든 질문에 한 점 의혹 없도록 체계적으로 설명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로 김민석 의원(왼쪽 두 번째)을 지명하는 등 첫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막 오른 인사청문회 정국…몸 낮추며 '야당 소통' 시그널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는 이날 바로 개시됐습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국회 의안과에 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했는데요. 국회는 여야 13명으로 청문위원을 선임, 인사청문특위를 구성해 오는 23~24일 이틀간 청문회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총리 인준 동의안은 본회의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됩니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가 단독 과반을 이루고 있어,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청문회를 비롯해 인준 통과까지 무리가 없을 전망입니다.
여기에 김 후보자가 통합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소통을 늘릴 경우 인준 과정도 한결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김 후보자 첫 출근길에 국민의힘 상징색인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기도 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그간 다소 과격한 언행으로 당 안팎의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차재권 부경대 교수는 이 대통령이 '통합형 총리'가 아닌 김 후보자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제일 중요한 게 '성과'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내년 6월 지방선거 앞두고 내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경제 분야에서 능력을 보여주는 총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습니다.
친한(친한동훈)계 한 의원은 "인수위 없이 출범한 만큼, 대통령으로선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인물을 택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라며 인선의 배경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다만 그는 "민주당이 입법부·행정부를 모두 장악한 상황에서, 자칫 권력을 독점하는 듯한 모습이 비칠 경우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민주당 역시 과거 국민의힘이 윤석열에게 직언하지 못한 점을 비판했던 것처럼, 대통령 하수인 역할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