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집중투표제 없인 어렵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한 필수 정책' 세미나
“대형사 의무화론 한계…집중투표제, 전 상장사로 확대해야”

입력 : 2025-06-23 오후 4:45:31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코스피 50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집중투표제가 필수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주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행 이사 선임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시장의 구조적 저평가를 해소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23일 서울 여의도 TwoIFC에서 열린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한 필수 정책, 집중투표제' 세미나에서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번 상법 개정이 단독으로 추진돼선 충분하지 않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해서라도 집중투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세미나는 증시의 구조적 저평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으로서 '집중투표제'의 도입 필요성을 집중 조명하는 자리였습니다. 발표자와 패널로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스테파니 린(Stephanie Lin)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ACGA) 리서치헤드, 젠 시손(Jen Sisson) 국제기업거버넌스네트워크(ICGN) 대표,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공동대표,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 등이 참여했습니다.
 
집중투표제란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만큼의 의결권을 이사 수에 따라 행사할 수 있는 제도로 소액주주도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최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이자 대선 공약이었던 상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입니다. 그러나 세미나 참석자들은 전체 상장기업의 8.3%에 불과한 대규모 상장회사만을 대상으로 한 조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일반 상장회사에도 3%룰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코스피 5000 달성의 선결 조건으로 '이사회 구조의 전환'을 꼽았습니다. 그는 "현재 1배 수준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3~1.7배로 높아져야 가능한 목표"라며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사회가 '전체 주주'를 위해 일하도록 유도할 집중투표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상법 개정안이 일부 조항만 통과될 경우 전체 입법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과 함께 병합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제 전문가들도 동조했습니다. 스테파니 린 ACGA 리서치헤드는 "이사회 책임성과 소수주주 보호 측면에서 한국은 여전히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한다"며 "집중투표제는 지배주주의 참호 구축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또 "영문 주총 자료 제공과 안건별 찬반 주식 수 공개 등 투명한 정보 제공이 병행돼야 실효성이 생긴다"고 지적했습니다. 젠 시손 ICGN 대표도 "소수주주가 실질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기업가치를 높이고 하방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집중투표제를 "글로벌 투자자 보호의 핵심 장치"로 평가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은 현재 나타나는 이사 선임 구조의 불균형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지분 49%를 갖고도 이사 한 명 선임하지 못하는 구조는 비정상"이라며 "집중투표제는 제왕적 이사회를 견제하고 균형 있는 구조로 되돌리는 첫걸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공동대표는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유능한 이사회 구성이 곧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집중투표제가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지분 요건, 회사 측의 무력화 시도 대응, 구체적 절차 규정 등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단순 의무화만으로는 집중투표제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남우 회장은 "이번 상법 개정과 집중투표제가 단순한 제도 정비가 아닌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도입에 더해 집중투표제와 자사주 소각이라는 3가지 과제가 삼위일체처럼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3일 서울 여의도 TwoIFC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로 진행된 43차 세미나,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한 필수 정책, 집중투표제'에서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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