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를 기록했습니다. 수산물·가공식품 등 먹거리 가격이 오른 영향이 컸습니다.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로 농산물 가격은 전월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는 대체로 2% 안팎의 상승률을 유지하는 모습입니다. 전반적 물가 흐름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과 맞물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록적 폭염·폭우에…수산물·가공식품 상승
5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52로(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1% 올랐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올해 들어 2%대를 기록하다가 지난 5월 1.9%로 다소 떨어졌으나, 6월부터 다시 2%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요 부문별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이 2.1% 상승했고, 전기·가스·수도(2.7%), 공업제품(1.6%), 서비스(2.3%)도 모두 올랐습니다. 농산물 가격은 지난해 기저효과로 전년 동월 대비 0.1% 내렸지만, 전달(-1.8%)보다 하락 폭이 줄었습니다.
지난달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의 영향으로 과일·채소류 물가가 전월 대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지난해 7월 폭염일수는 4.3일인 반면, 올해는 14.5일로 10.2일이 더 많았습니다.
농산물 중 과일 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3.8% 하락하면서 전달(-7.4%) 대비 하락 폭이 크게 축소됐습니다. 수박이 1년 전보다 20.7% 뛰는 등 농산물 중 일부 과일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상승 폭을 견인했습니다. 전달과 비교하면 상추(30%), 배추(25%), 시금치(78.4%) 등 채소류 물가가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박병선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폭염과 폭우의 영향으로 출하가 안 좋은 상황에서 수요가 큰 폭으로 늘면서 수박 가격이 많이 올랐다"라며 "채소·과실 물가가 작년에도 높았기 때문에 전년 동월비로는 상승 폭이 크지 않지만 전월비로는 상승 폭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수산물 가격은 김 수요 증가, 고수온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7.3% 상승했습니다. 특히 고등어(12.6%) 등 신선어개류(생선·해산물) 영향이 컸습니다. 축산물 가격은 3.5% 올랐습니다.
국산 소고기 물가가 4.9% 오르면서 전달(3.3%)보다 상승 폭이 커졌습니다. 가공식품은 전년 동월 대비 4.1%, 외식은 3.2% 각각 올랐습니다.
지난달 21일부터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영향이 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 과장은 "소비쿠폰 지급 시기가 지난달 하순경이라서 미미하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월세와 전세 물가는 1년 전보다 각각 1.1%, 0.5% 올랐습니다. 전월과 비교하면 각각 0.1%씩 높아졌습니다. 6·27 대출 규제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줄면서 전셋값에 다소 영향을 준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습니다.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0%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를 억제했습니다. 휘발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1% 하락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0% 오르며 전달(2.0%)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달과 같은 2.5%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정부는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기상 악화에 따른 농축수산물 가격과 수급 변동성이 최소화되도록 품목별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두 달 연속 2%대 상승세를 보였다. (사진=뉴시스)
올해 2% 안팎 물가 유지…금리 인하 가능성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안팎에서 안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한은은 이달 28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물가가 당분간 안정 흐름을 이어가면 한은의 금리 인하 여건은 더욱 무르익을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4분기 내 물가 상승률이 1%대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데이브 치아 무디스 애널리틱스 이코노미스트는 전날(현지시간) 발간한 '한국: 소비자 물가 지수'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8월에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근거로 그는 "7월 한국의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은 중앙은행의 중기 목표치인 2%에 더 가까워졌다"며 안정적인 물가 상승률을 들었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고용 지표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9월 금리 인하 전망이 힘을 받는 모습입니다. 한국은행도 경기 부양 필요성을 고려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점차 마련되고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앞서 지난 1일 발표된 미국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7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7만3000명 증가하면서 전문가 전망(10만명)을 하회했습니다. 직전 두 달간 수치도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3개월 평균 고용 증가 폭은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미국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내수 침체가 심각한 만큼 한은도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조건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의 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