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다국적기업의 '관세 포탈' 문제와 공공조달 '등급 졸속', 공공급식 플랫폼 '방치' 등 허술한 관리와 부실이 지적됐습니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실은 해외 본사와의 특수관계 거래를 이용한 관세포탈의 심각성을 꼬집었습니다. 조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관세청이 관세조사를 통해 세금을 추징한 전체 기업 수는 886개사에 달했습니다. 추징액은 총 1조898억원 규모입니다.
이명구 관세청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세 포탈' 제재 강화해야"
이 중 다국적기업은 390개사, 추징액은 6352억원으로 추징액 비중이 58.3% 수준입니다. 다국적기업의 연도별 관세포탈 추징액을 보면 2020년 1104억원(71개사), 2021년 1991억원(82개사), 2022년 828억원(74개사), 2023년 1028억원(82개사), 2024년에는 1401억원(81개사)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추징액 대비 다국적기업 추징액 비중은 2020년 86.4%, 2021년 58.7%, 2022년 59.6%, 2023년 54.0%, 2024년 47.7%로 지난해를 제외하면 매년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2021년·2024년도 국내기업 대상의 비정기 관세조사 단건 사례(각각 1192억원·34개사, 1028억원·2개사)를 제외해도 다국적기업 추징액 비중은 2021년 90.4%, 2024년도 73.4%로 급증한 수준입니다. 일회성 대형 조사 건을 제외하면 다국적기업의 탈루 규모는 전체 추징액의 50%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사례를 보면, 다국적기업 A사는 특수관계자인 판매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구매자가 대신 부담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입신고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춘 사실이 적발(추징 318억원)됐습니다. B사의 경우 특수관계를 이용해 위스키 수입 신고 가격을 낮게 신고하다 적발, 270억원을 추징했습니다.
조승래 의원은 "다국적기업의 특수관계자 거래에 대한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반복적 위반 기업에 대해서는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조달청의 신용평가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뉴시스)
공공조달 신용평가 관리 부실
조달청 신용평가의 민낯도 지적됐습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부채비율 400% 넘는 기업이 하루 만에 A+의 우수등급을 받았다는 문제 제기입니다. 조달청이 공공조달 참여 업체의 신용등급을 산정할 때 자본시장법상 메이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와 신용정보법상 일반 신용평가사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효력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재무 상태가 부실한 기업들이 손쉽게 공공조달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겁니다. 한 철도차량 제작업체 A사는 매출 4조3765억원, 영업이익 4565억원, 부채비율 163% 수준이나 메이저 평가사에서는 'A+' 평가를 받았습니다. 반면 일반 평가사에서는 두 단계 높은 'AA' 등급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철도차량업체 B사는 매출 5448억원, 영업이익 315억원, 부채비율이 435%에 달했지만 메이저 평가사에서 'BB', 일반 평가사에서는 'A+' 등급을 받습니다. 이는 7단계가 상승한 수준입니다. 매출 3015억원, 영업이익 76억원, 부채비율 155%로 재무건전성이 낮은 C사의 경우도 메이저 평가사에서 'BB-', 일반 평가사에서는 'A' 등급을 받았습니다. 8단계 차이가 드러난 경우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부실 평가로 공공 사업 납품 차질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B사의 경우 코레일 전동차 490량을 제때 납품하지 못했으며 서울교통공사 전동차 336량은 1년 넘게 미납됐다고 지적했습니다. C사는 EMU-150 전동차 474량 납품이 지연돼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으며 선금 사용 내역도 불투명해 감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유일의 공공 급식 조달 시스템인 '공공급식통합플랫폼(eaT)'의 올해 거래액이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됐다. (사진=뉴시스)
조사 권한 없는 '공공급식통합플랫폼'
학교·군부대 등에 식재료를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하는 '공공급식통합플랫폼(eaT)'의 부실 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실이 a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유일의 공공 급식 조달 시스템인 'eaT' 이용자(기관·업체 등)는 지난해 기준 1만829개소입니다. 해당 시스템은 전국 초·중·고등학교, 군부대, 유치원, 어린이집 등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2024년 거래액은 3조8649억원이며 올해 거래액은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eaT에 등록된 공급업체는 식재료 원산지 위반 또는 식품 관련 법률 위반·부정당업자에 해당됐습니다. 행정처분을 받은 건수는 2022년 172건, 2023년 83건, 2024년 101건, 올 1~8월 65건으로 총 376건에 달했습니다.
2022년 이후 2회 이상 반복적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는 22개소이며 이 중 10회나 처분을 받은 업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eaT를 운영하는 aT는 행정처분 받은 공급업체에 대한 단속, 조사 권한이 없는 등 지자체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공급업체 행정처분 결과에 따라 플랫폼 이용제한 조치만 가능한 실정입니다.
aT는 정기점검과 불시점검을 실시하고 있는데, 2022년 이후 현재까지 이용제한 업체 적발은 1.0%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같은 기간 총 1943건 중 533건을 적발한 정기점검도 불시점검과 27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는 정기점검의 실효성이 낮다는 의미로 점검 능력조차 없다는 비판을 제기한 겁니다.
정기점검보다 실효성이 높은 불시점검도 인력이 단 3명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2024년 정기점검에 투입된 전담인력 87명의 3.4%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불시점검을 실시한 업체가 690개인 것을 고려하면 1년간 1인당 평균 230개소를 점검, 사실상 '감시 없는 급식 플랫폼'으로 전락했다는 게 윤 의원의 지적입니다.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