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환점을 돈 올해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내란'이 뜨겁다. '내란 정당' 낙인이 두려운 국민의힘과 이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민주당의 입장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12·3 불법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방부 국감에서 "무장한 군인들이 군홧발로 국회에 들어왔기 때문에 당연히 내란이다. 5200만(국민)이 실시간으로 목격을 했고, 5200만이 피해자다. 이런 걸 가지고 내란이라고 안 하면 뭘 가지고 내란이라고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장관의 말처럼 전 국민이 목도한 명확한 사실을 가지고 '사법적 판단' 운운하며 내란을 부정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12·3 내란에 동원된 대부분의 군인은 가해자이지만 피해자일 수도 있다. 통수권자의 잘못된 지시에 따라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린 군인도, 그 명령을 따른 군인도 어찌 보면 그렇다. 12·3 내란은 군인이 가진 '명령 복종의 의무'와 '헌법 준수의 의무'에 대해 보다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더 이상 어떤 군인도 내란을 꿈꾸지 못하고, 내란에 동원되지 않도록 명확한 이정표가 제시돼야 할 시점이다.
이미 그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국방부는 '군인복무기본법'에 위법한 명령을 거부하는 조항과 헌법과 법령에 반하는 명령을 금지하는 조항을 명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국회에는 이미 여러 건의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22일에는 국회 국방위 소속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도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는 현행 '군인복무기본법'에 명령 복종의 대상을 상관의 직무상 '정당한' 명령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명백히' 위법한 명령은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해당 군인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어떤 군인이든 불법적인 명령을 따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명령을 하는 것과 따르는 것이 군인의 의무가 아니라 그저 '범죄'라고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군인복무기본법'에 불법 명령에 대한 거부 규정을 명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명령을 한 군인에 대한 처벌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
군형법에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명령을 내린 자는 엄히 처벌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상관은 불법적인 명령을 하지 못하고, 부하는 불법적인 명령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이다. 관건은 이 부분이 지휘권, 위계질서, 군사작전의 효율성 등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다.
우리 군에는 오랜 관습으로 무조건적인 상명하복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워낙에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이고, 전쟁이라는 특수하고 극단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조직이다 보니 이런 문화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군내 자유로운 의사소통 문화가 자리 잡게 해야 한다.
지휘관에게 '절대복종'해야 하는 문화를 개선하는 게 불법 명령을 자신 있게 거부할 수 있는 군인을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법률로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는 이유를 생각하면 명확하다. 여기에 더해 지금의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아닌 장병들이 체감할 수 있는 독일식 국방감독관(옴무즈만) 제도 도입도 필요해 보인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