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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7일 16:2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렌터카 시장이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성장세가 꺾인 사이 홍콩계 사모펀드(PE)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가 업계 1·2위를 잇따라 품에 안으며 판을 통째로 갈아엎고 있다. 어피니티는 SK렌터카 인수에 이어 롯데렌탈 경영권까지 확보하면서 시장 점유율 40%에 육박하는 렌터카 공룡 기업 탄생을 앞두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나머지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캐피탈사들의 본업비율 제한 등으로 사실상 경쟁사가 없다는 평가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는 SK렌터카 인수에 8200억원, 롯데렌탈 지분 매입에 1조5729억원을 투입해 약 2조40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롯데렌탈의 2119억원 규모 유상증자 참여까지 감안하면, 실제 투입 규모는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사진=롯데렌탈)
'공룡 렌터카' 탄생…본업비율 제한에 막힌 캐피탈
지난해 6월 SK네트웍스는 이사회에서 자회사 SK렌터카 지분 100%를 어피니티에 8200억원에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앞서 4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실사를 거쳐, 3분기 중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SK렌터카는 업계 2위 사업자다.
올해 초에는 렌터카 업계 1위 롯데렌탈이 어피니티에 넘어갔다. 어피니티는 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를 1조5729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롯데렌탈의 기업가치는 1조원대였지만, 시장가 대비 약 262%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구주를 매입했다.
어피니티는 현재 렌터카 시장의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딜이 최종 종결되면 어피니티는 업계 1, 2위 기업을 동시에 보유한 ‘렌터카 공룡’이 된다. 롯데렌탈은 딜 이후에도 롯데 브랜드를 유지하고, 최소 3년간 SK렌터카와의 합병 제한, 직원 고용 안정 보장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렌터카 업계 시장 점유율은 올 3분기 기준 롯데렌탈이 20.2%, SK렌터카는 15.2%로 양사 점유율을 합산하면 35.7%에 달한다. 그 뒤로 현대캐피탈 12.2%, 하나캐피탈 6.9% 순이다. 나머지는 중소·영세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어피니티의 렌터카 시장 점유율이 50%에 미치지 않아 독점 규제 대상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에선 이번 인수로 렌터카 시장의 경쟁사는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경쟁사인 캐피탈사들은 본업비율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렌탈업은 여신전문금융사의 부수업무로 분류되기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는 캐피탈사의 렌탈 자산 평균 잔액이 리스 자산 평균잔액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캐피탈사의 렌탈자산 중 자동차 비중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렌터카 사업의 확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캐피탈사의 렌터카 비즈니스 확대가 어려운 이유는 본업비율이 제한되어 있기도 하지만, 렌터카 영업뿐만 아니라 차량의 매입과 관리, 회수와 매각까지 전 프로세스를 관리해야 하는데, 주요 사업이 아닌 렌터카 사업에 투입하는 인력은 제한적”이고 설명했다.
업계 1, 2위 한꺼번에 인수…볼트온 전략으로 수익성 극대화나서
어피티니가 렌터카 시장에 뛰어든 이유로는 사실상 경쟁사가 없다는 점 외에도 사업 성장성을 눈여겨봤다는 진단이다. 신차 판매량이 꾸준히 감소하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장기 렌트나 중고차 구매가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계 1,2위 업체를 한꺼번에 인수하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승용차등록대수 증가율은 2022년 2.66%에서 2023년 2.09%, 2024년 1.78%로 낮아지는 추세다. 반면 렌터카인가대수 증가율은 같은 기간 7.70%, 1.08%, 2.23%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신차 판매 대수도 2020년 190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173만대. 2022년 168만대, 2023년 175만대, 2024년 163만대로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렌터카 인가 대수는 2020년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어섰고 2021년과 2022년 차례로 110만대, 120만대를 돌파했다.
관련 업계에선 신차 구매에 대한 부담이 중고차나 렌터카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고 본다. 특히 신차 평균 구입 가격이 집계가 시작된 2017년 이후 7년 연속 상승, 지난해 처음으로 5000만원을 돌파하면서 렌터카·중고차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에 롯데렌탈은 올해 3·4분기 렌터카 수주 대수가 6843대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차량 판매량이 정체된 국가일수록 렌터카·리스·카셰어링 비즈니스가 커지는 것은 검증된 트렌드”라며 “1·2위 사업자를 동시에 보유하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어피니티의 '볼트온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