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소부장 ‘산실’ 나노종합기술원 “설계·양산까지 일괄 지원”

일 수출규제 이후 6년…반도체 테스트베드로
수백억원대 장비 배치…‘XR’ 교육 프로그램도

입력 : 2025-12-03 오후 3:45:05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반도체는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분야지만, 검증은 어렵습니다. 제품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설계 공정을 거치고, 제품의 양산까지 일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나노종합기술연구원(나노종기원)밖에 없습니다.” 
 
나노종합기술원 엔지니어들이 3일 오전 대전 KAIST 내 나노종합기술원 내 공공 팹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남궁지 나노종합기술원 기획협력부장은 나노종기원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지난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수출 통제 이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의 필요성이 대두된 지 6년이 흐른 가운데, 카이스트 산하 센터로 출발한 나노종기원은 국산 반도체 소부장의 ‘테스트베드’(Test bed·시험대)로서 산업 생태계를 조용히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3일 오전 방문한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 내 나노종기원 공공 팹은 1~2층에 걸쳐 5000㎡ 규모로 조성돼 있었습니다. 1층에는 이머전 스캐너(ArF Immersion Scanner·빛을 정밀하게 모아 형태화하는 장비)를 비롯한 핵심 반도체 장비들이, 2층에는 멤스(MEMS) 센서 등 다양한 분석·평가 장비들이 구축돼 기업과 연구기관의 제품 검증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먼저 주목을 끈 것은 1층 팹이었습니다. 방진복을 착용한 엔지니어들이 장비 사이를 오가며 반도체 제품을 분석하는 가운데, 나노종기원이 ‘보물’로 부르는 이머전 스캐너 등 고가 장비들이 집중 배치돼 있었습니다. 대당 수백억원에 달하는 이 장비들이 건물 1층 구석에 설치된 이유는 진동에 취약한 점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진동에도 영향을 받을 정도로 민감한 장비”라고 설명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진동에 덜 취약한 장비들로 구성된 2층에선 패키징 장비 도입에 따른 교체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첨단 패키징 분야가 반도체 산업 전반의 핵심 요소로 부상한 데 따른 것입니다.
 
대전 KAIST 내 나노종합기술원 내 공공 팹. (사진=안정훈 기자)
 
XR(확장현실) 기반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습니다. XR 환경에서 반도체 장비의 구조와 역할을 시각화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고가 장비를 직접 만지기 어려운 학생과 기업을 위한 실습·교육용 프로그램입니다. 유지·관리 비용을 줄이면서 실제 장비 운용에 필요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나노종기원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공공 팹으로서 중소기업과 학계가 제품을 제작·검증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왔습니다. 반도체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장비 가격은 수백억~수천억 원까지 치솟고, 관리비만 해도 수십억원에 달해 중소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공공 팹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예산 문제로 최신식 장비 교체가 더딘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남궁지 나노종합기술원 기획협력부장은 “장비·기술 차이로 인해 학교 쪽에 (장비 및 기술 교육 인력을) 투입해도 기업이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히려 입사 후 재교육해야 하는 상황이 나온다”며 “우리나라도 반도체 강국으로서 기술 개발 및 교육 단계에서부터 제품 상용화까지 일괄로 할 수 있는 설비와 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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