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해 12월3일 기습 선포된 '비상계엄 6시간'을 겪은 한국 경제는 서서히 회복 중입니다. 사상 초유의 정치적 충격으로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었지만, 두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과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회복 불씨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풀어 나가야 할 숙제도 많습니다. 계엄 사태 반년 만에 1%대로 치고 올라선 경제성장률은 2%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 수준까지 반등해야 하며, 역대 정권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구조개혁도 이뤄내야 합니다. 당장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3고' 파고와 부동산 역시 넘어야 할 산입니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의 그늘에서 벗어난 현재,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을 더 이상 허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계엄 충격'에 성장 멈춘 한국 경제
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덮친 지난 1년, 주요 지표에서 후퇴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우선 경제성장률은 한동안 '제로 성장' 수준에 머무르며 성장을 멈췄습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계엄 이후 전망치를 두 차례나 낮췄는데, 2월 1.5%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5월 0.8%까지 끌어내렸습니다.
실제 계엄 직후 내수 경기는 직격탄을 맞으며 가계 소비, 기업 투자 모두 위축됐습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2%를 기록하며 역성장했습니다. 지난 2022년부터 8분기 연속 0%대에 갇혀 있던 성장률은 마이너스 성장까지 후퇴하면서 잠재성장률보다 못한 저조한 성적표를 남겼습니다.
금융·외환시장도 흔들렸습니다. 계엄 당일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1402.9원이었으나, 계엄 이후 며칠 만에 1470원을 넘어서는 등 환율은 급등했습니다. 코스피 지수도 계엄 전 2500 수준을 오가다가 지난해 12월9일 장중 2360.18까지 떨어지며 낙폭을 키웠습니다. 상장사 시가총액은 140조원 넘게 증발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계엄 충격에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계엄 충격은 기업과 가계에도 타격을 입혔습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 513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135곳의 기업이 계엄과 탄핵 쇼크로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소비심리도 위축되면서 기준치인 100을 상회하던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에 88.4까지 추락했습니다. 소매판매액지수도 전년 대비 2.2% 급락했고,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타격을 고스란히 받았습니다.
내년 잠재성장률 반등 목표…구조개혁 골든타임
이재명정부는 출범 직후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에 방점을 찍으며 정책 역량을 쏟아부었습니다. 약 45조원 규모의 추경과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살리는 데 주력했고, 반도체 호황과 AI 중심의 정책이 맞물리면서 투자심리도 일깨웠습니다. 제로 성장 수준이던 국내 경제는 2분기 전기 대비 0.7%로 반등했고, 3분기에는 1.3%(잠정치)까지 성장했습니다. 3분기 성장률의 경우 지난 10월 발표한 속보치(1.2%)보다 0.1%포인트 오른 것으로, 15분기 만에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내년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전망도 긍정적입니다. OECD는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했고, IMF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각각 1.8%로 내다봤습니다. 정부 역시 1.8%로 제시했는데, 내년 경제성장전략 발표를 통해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소비쿠폰 등 확장 재정정책 전환 효과 등으로 한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소비쿠폰 등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 실질임금 상승으로 민간소비가 회복되는 가운데 수출이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인구구조 변화, 투자 위축, 생산성 정체로 잠재성장률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잠재성장률 반등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개혁 역시 필수입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하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반드시 반등시키겠다"며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등 6대 핵심 분야의 과감한 구조개혁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연말 부처별 업무보고도 내년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개혁 과제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입니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문제,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 파고 역시 한국 경제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6·27 대책, 10·15 대책 등을 내놨으나, 좀처럼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고 있기에 부동산 문제는 이재명정부가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 과제로 꼽힙니다. 여기에 1470원대를 웃도는 고환율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기에 물가 관리 역시 놓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전체적인 경기 흐름은 회복 국면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 구조적 저성장 추세가 바뀐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 부양책만으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는 없기 때문에 구조적인 정책들, 즉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비심리 회복으로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