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삼성SDI, 디스플레이와 결별…남은 건 배당 공백

보유 지분 15.2% 매각 계획
가치 산정·배당수익 상실 '과제'
지분 가치, 10조원 안팎 설정될 것으로 예상

입력 : 2026-02-27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6년 02월 25일 17:3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위기 앞에서 삼성SDI(006400)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자산유동화라는 유례없는 승부수를 던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과거 보수적이었던 재무 기조를 과감히 탈피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외부 차입이나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IPO)에 의존한 경쟁사들과 달리 그룹 내부자원을 선제적으로 재배치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비상장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에 대한 가치 산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과 그간 들어왔던 배당 수익이 끊긴다는 점은 숙제로 남아 있다.
 
(사진=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정리하고 순수 배터리 기업으로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이사회를 통해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를 매각하는 계획을 보고했다. 장부 가격 기준으로만 10조원을 상회하는 해당 지분은 삼성SDI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비핵심 자산 중 하나다.
 
현재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이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84.8%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거론되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005930)가 이를 인수할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100% 완전 자회사가 돼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화되는 효과를 얻는다. 동시에 캐즘으로 위기에 처한 삼성SDI에는 대규모 현금이 유입된다. 다만 회사 측은 거래 상대방·규모·시기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혀 실제 인수 주체와 구조는 향후 협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삼성SDI는 전자재료사업부문의 불용 특허 수십 건에 대한 매각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활용도가 낮은 디스플레이 필름이나 구형 반도체 공정 소재 특허를 정리해 ‘순수 배터리 기업’으로 정체성을 강화하고, 여기서 확보된 수익까지 재무체력 개선에 보태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대규모 자산 매각의 중심에는 지난해 말 부임한 오재균 경영지원담당(부사장·CFO)이 있다. 삼성SDI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한 것은 2021년 이후 5년 만으로, 그 배경에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재무전략을 이식하겠다는 그룹의 의중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 부사장은 삼성전자 DS부문 지원팀과 미국 오스틴 반도체법인(SAS), 시스템LSI 지원팀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적기에 집행돼야 하는 반도체 산업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현장형 재무전문가’로 통한다.
 
삼성SDI는 그동안 유상증자 등 외부 수혈보다는 내부에서 창출한 자금과 보유 자산을 중심으로 투자를 집행해 온 편이지만, 오 CFO 부임 이후에는 비핵심 지분과 특허까지 동원해 투자 시점을 앞당기는 보다 공격적인 재무 전략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비상장주식, 현행법에 따라 가치 매겨
 
이번 지분 매각 사안의 가장 큰 쟁점은 삼성디스플레이 비상장 주식의 가치 산정이다. 가격이 과도하게 높으면 삼성전자에 대한 계열사 부당 지원 논란이, 지나치게 낮으면 삼성SDI 주주들의 반발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매각 추진 검토 외에 정해진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비상장 주식은 시장 가격이 없으므로 통상 상속세 및 증여세법제 63조에서 '자산과 수익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평가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54조(비상장주식등의 평가)에서 비상장주식의 1주당 가액을 1주당 순손익가치와 1주당 순자산가치를 3대 2로 가중평균하는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방식으로 가장 최근 공시된 삼성디스플레이의 연결감사보고서에 적용하면 2024년 기준 삼성디스플레이의 자본총계(자산 가치)는 64조 8821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가장 최근 작성된 감사보고서인 2024년 보고서 기준 당기순이익 5조 796억원과 2023년 6조 3312억원을 바탕으로 산출된 수익 가치를 더하면, 삼성SDI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시장의 예상대로 10조원 안팎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 지분 매각 결정에는 만만치 않은 기회비용이 따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간 삼성SDI에 막대한 현금을 안겨주던 핵심 수익원이었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는 2024년 한 해에만 주주들에게 6조 6504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15.2%의 지분을 가진 삼성SDI는 이 중 약 1조원 이상의 배당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삼성SDI로서는 매년 1조원에 육박하는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그동안 삼성SDI에 유의미한 배당 수익을 제공해온 만큼, 지분을 대폭 축소하거나 전량 매각할 경우 향후 배당 수익 기반 축소라는 대가를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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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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