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차량 한 대를 팔고 끝나는 전통적인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구독형 비즈니스모델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월별 요금을 내고 기능별 구독을 하는 것으로, 가령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제시하는 자율주행 구독의 경우 월 30달러에서 200달러 이상까지 요금제가 다양합니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자동차가 단순한 기계 장치를 넘어 소프트웨어 기반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구독 서비스가 완성차업체들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현대제네시스 통합 구독서비스 리뉴얼 론칭.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이달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자동차 대여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상정할 계획입니다. 자동차 대여 사업은 단순 렌터카에 그치지 않고 월 단위 차량 구독, 장·단기 렌탈 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안건이 통과되면 외부 업체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차량을 공급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롯데렌탈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만큼, 이번 정관 변경이 그 사전 정지작업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완성차업계의 구독 경쟁이 한층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을 가속화하며 ‘FoD(Features on Demand)’ 구독 서비스를 꾸준히 확대해 왔습니다. 원격 주차, 조명 패턴 설정, 스트리밍 플러스 등 다양한 기능을 월 단위로 골라 쓸 수 있는 방식입니다. ‘현대 제네시스 셀렉션’ 플랫폼을 통해 차량 구독과 렌탈도 통합 운영 중입니다. 향후에는 로봇 구독 서비스(RaaS)와 모빌리티 구독까지 아우르는 복합 구독 생태계 구축이 목표입니다.
현대차가 이처럼 구독 전략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테슬라의 거침없는 행보가 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달 14일부터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FSD(Full Self-Driving)’의 일시불 구매 옵션을 전면 폐지하고 월 구독제로 완전히 전환했습니다. 기존에는 8000달러의 일시불 구매와 월 99달러 구독 중 선택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월 99달러 구독만 가능합니다.
테슬라가 한국에서 판매해 왔던 FSD.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이 같은 전환을 발표하며 소프트웨어 구독 수익 본격화를 선언한 것입니다. ‘판매 이후 평생 구독’이라는 테슬라의 전략은 차량을 팔고 나서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GM과 포드도 이미 자율주행·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영역에서 구독 모델을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GM은 ‘슈퍼크루즈’, 포드는 ‘블루크루즈’라는 이름으로 각각 월 30~50달러대의 구독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고속도로 조건부 자율주행 기능인 ‘드라이브 파일럿’의 구독료를 월 208달러 수준으로 책정했습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제시하는 자율주행 구독 요금대는 월 30달러에서 200달러 이상으로 기능과 적용 범위에 따라 폭넓게 분포합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초기 개발 비용이 크지만 이후 추가 비용이 크지 않아, 구독자가 늘수록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닙니다.
GM의 슈퍼크루즈 핸즈프리 주행 상태에서 자동 차선 변경 기능이 작동하는 모습. (사진=한국GM)
과제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기능 단위 구독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기존에 포함됐던 기능이 유료화된다는 인식이 퍼지면 오히려 브랜드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BMW는 과거 ‘Access by BMW’라는 이름으로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차량 구독 서비스를 운영했으나 현재는 해당 브랜드명의 서비스가 대부분 종료됐거나 다른 형태(렌트/리스)로 전환됐습니다.
벤츠는 미국 내슈빌 등 일부 도시에서 럭셔리 차량 월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다 수요 부진으로 접은 뒤, 현재는 ‘Mercedes me’ 플랫폼을 통해 유연한 구독 옵션으로 재정비 중이고, 아우디도 ‘Audi on demand’를 유럽·아시아·북미 일부 시장에서 이어가며 지역별 전략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차업계의 구독 경쟁은 이제 막을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입니다. 장대석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전략본부 선임연구원은 “완성차업계들이 구독 서비스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향후 자율주행 및 커넥티비티 서비스 관련 기술적· 제도적 기반이 안정화될 경우 전통적인 제조업 대비 수익성 높은 시장이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새로운 기술·서비스는 실제 소비자가 그 상품을 수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성패가 달려 있으므로, 소비자 수용성에 대한 세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