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번 4월에는 ‘기억의 수호자’가 되자

입력 : 2026-04-01 오전 6:00:00
올해도 봄은 돌아왔고, 여기저기서 꽃이 피어난다. 꽃이 피어나는 봄은 세월호참사를 겪은 이들에게는 위험한 계절이다. 우울감이 신체와 정신을 덮친다. 아마도 벚꽃이 만개하는 날이면 세상 사람들은 꽃구경한다고 할 때 피해자들은 더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낼 것이다. 
 
재난을 경험한 피해자들에게는 시간이 약이 되지 않는다. 피해자들은 줄곧 시계가 그날에 멈춰져 있다고 말하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피해자라고 하면 보통 자식을 앞세운 부모들을 떠올린다. 사람들은 그 부모의 고통을 지칭하는 말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그 부모들 곁에는 형제자매를 떠나보낸 형제자매들이 있고, 그들도 같은 피해자들임을 사람들은 잊는다. 그래서 그 형제자매들에게 “니가 엄마 아빠에게 잘해야 한다”고 말하고는 한다. 그 말을 새겨들은 형제자매들은 자신의 슬픔을 억누르고 되도록 부모님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 애씀이 트라우마로 남는다. 
 
피해자들 중에는 사건의 현장에서 살아 돌아온 생존자들도 있게 마련이다. 생존자들은 지옥에서 살아 나왔지만, 세상이 지옥이다. 일부 청년들이 쓰는 말 중에 ‘누칼협’이란 말이 있다. 누가 칼 들고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 가라고 협박했느냐, 누가 칼 들고 이태원에 놀러 가라고 협박했느냐고 하는 말들이다.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은 지난해 4월 전남 진도군 팽목항 세월호 등대 주변에 세워진 추모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금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청년들은 10대, 20대에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를 겪었다. 동년배들이 죽어 나가고, 그 죽음이 가차 없이 모욕당하는 걸 지켜본 세대들이다. 존중받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해본 세대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저주받은 세대’라고 자학한다. 
 
그런 청년들의 손을 잡아줄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 속에서 4·16재단이 이번 봄에 특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기억의 수호자’ 캠페인이다. 재난을 경험한 청년들이 자신만의 방에서 문을 열고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고통의 경험이 도리어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들어가는 에너지로 쓰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래서 올해 4월까지 기억의 수호자들을 모은다. 모인 기금으로 ‘더살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계획했다. 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 사업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재난을 경험한 청년들이 생명 안전 관련 단체의 ‘인턴’으로 일하면서 경험을 쌓고, 활동가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이들을 ‘상처 입은 치유자’라고 부른다. 또 하나는 ‘꿈 응원’ 사업이다. 개별적으로나 팀을 묶어서 자신들이 지원을 받으면 하고 싶은 계획을 제출하게 한다. 스스로 계획도 짜고, 실천에 옮기면서 세상과 교류를 넓혀가는 중에 재단에서 마련한 아카데미 강좌에도 참여하고, 멘토의 도움도 받는다. 그렇게 1년을 살다 보면 신기하게도 그들은 자신들의 힘을 발견하고는 한다. 
 
세월호 참사만이 아니라 이태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비롯해 크고 작은 재난을 경험한 청년들이면 모두 포함된다. ‘기억의 수호자’는 개인만이 아니라 기업 단위로, 노동조합으로, 모임이나 단체로 참여하면 더 빛날 것이다. ‘기억의 수호자’가 많아져서 기억의 힘을 확인하는 4월이면 좋겠다. 
(기억의 수호자 캠페인 페이지 https://416foundation.org/guardians-of-memory/)
 
박래군 4·16재단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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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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